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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간 보경사 주지 대선사에게 원진국사의 시호를 내리는 관고故寶鏡寺住持大禪師贈諡圓眞國師敎書官誥 官誥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559자 · 낭독 5.7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4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門下。朕觀披禪服迹禪門。口談佛祖之源。亹亹然可聽。胸括人天之際。浩浩乎無窮。斯若僧中之傑也。然似是而非。捨眞卽妄。以至將佛覓佛。騎驢見驢者。何哉。蓋心本自淨。客塵斯覆。照之惟難。悟之不易故耳。其能照然獨照。迢爾直悟者。求之當世。唯我禪公一人而已。盍冊鴻名。以孚輿論。故寶鏡寺住持大禪師承迥。慧解疏朗。法器泓深。早業宗乘。欻飛楊於選席。忽懷高想。猒羈絆於名韁。猶恐入山之不深。追嗟避世之不早。拂衣長往。枕石自誤。身唯骨而兀坐於巖巓。名無翼而飛落於人世。越從先代。累降徵書。業已退藏。故雖勿欲反心。義不獨善。故亦難於強項。火煨黃獨。初不領於銀鉤。柸駕蒼流。俄忽廻於金錫。法王鼎至。僧寶益尊。王公皆跪膝而趨風。士女願布髮而籍足。或赴法筵於禁殿。或受檀施於侯門。縻之以僧職而不力辭。處之以名藍而勿固拒。一彼一此。適往適來。是達人應萬物之大權。豈曲士泥一隅之細節。所居成市。請益如林。伏卵傳翼者。咸得翺翔於釋林。霑乳分甘者。莫不飽飫於道味。人不卜景星而見公爲之瑞。朕不保長城而倚公爲之防。隣敵之不復窺窬。國步之幾至帖泰。未必不由於法力也。其或開話則病牛奮迅。說法則旱雨霶𩃱。朕耳尙聞。人言豈飾。頃者託以遊方而騰裝南國。曾不爲朕而暖席上都。脫袴期來。登床坐逝。巖石剨裂。草木焦枯。嗟法棟之云摧。在禪林而安仰。來也如雲。出而澤周天下。去忽若月。側而光掩人間。朕早奉緖餘。久勤翹仰。何以酬於梵德。但追贈於懿稱。是豈私恩。實惟公議。可特授云云。嗚戲。以公之得法眼藏。以師之傳佛心燈。決成萬德之身。已躡一眞之境。幸推餘蔭。永祜丕基。云云。

문하성에 이른다.

짐이 보건대, 선승의 옷을 걸치고 선문에 자취를 붙인 이들이 입으로 부처와 조사의 근원을 말하면 도도하여 들을 만하고, 가슴에 사람과 하늘 사이를 싸안았다 하면 넓고 넓어 끝이 없다. 이만하면 승려 가운데 뛰어난 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럴듯하면서도 참이 아니어서 참됨을 버리고 헛됨으로 나아가, 마침내 부처를 가지고 부처를 찾고 나귀를 타고서 나귀를 찾는 데에 이르니 어찌 된 일인가. 대개 마음은 본래 스스로 깨끗하나 손님 같은 티끌이 이를 덮으므로 비추기가 어렵고 깨닫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능히 환하게 홀로 비추고 아득히 곧바로 깨친 이를 이 시대에서 구하면 오직 우리 선공(禪公) 한 사람뿐이다. 어찌 큰 이름을 책봉하여 뭇 의논에 믿음을 주지 않겠는가.

돌아간 보경사 주지 대선사 승형(承逈)은 슬기로운 이해가 시원하고 밝으며 법의 그릇이 깊고 넓었다. 일찍이 종문의 가르침을 익혀 승과 자리에서 문득 날아올랐다. 그러다 홀연 높은 생각을 품어 이름의 고삐에 얽매이기를 싫어하였고, 오히려 산에 깊이 들지 못할까 걱정하고 세상을 일찍 피하지 못한 것을 뒤늦게 탄식하였다. 옷을 떨치고 멀리 가서 돌을 베고 스스로 즐기니, 몸은 뼈만 남아 바위 꼭대기에 우뚝 앉았으나 이름은 날개가 없어도 날아 인간 세상에 떨어졌다.

선대로부터 여러 번 부르는 글이 내렸다. 이미 물러나 숨었으므로 마음을 돌이키려 하지 않았으나, 의리상 홀로 착하기만 할 수 없으므로 또한 굳이 목을 세워 버티기도 어려웠다. 잿불에 토란을 묻어 굽던 터라 처음에는 임금의 글월을 받들지 않았으나, 나무 잔을 타고 푸른 물을 건너듯 이윽고 지팡이를 돌렸다.

법왕이 성대하게 이르니 승보가 더욱 높아졌다. 왕공이 모두 무릎을 꿇고 그 풍모를 좇았고, 남녀가 머리털을 펴 깔아 발을 딛게 하기를 원하였다. 더러 대궐의 법회에 나아가고 더러 귀한 집의 시주를 받았으며, 승직으로 매어도 굳이 사양하지 않고 이름난 절에 두어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저기도 가고 여기도 오며 감도 마땅하고 옴도 마땅하였으니, 이는 통달한 이가 만물에 응하는 큰 방편이다. 어찌 옹졸한 선비가 한 구석 자잘한 절개에 매이는 것과 같겠는가.

머무는 곳마다 저자를 이루고 더 가르쳐 달라 청하는 이가 수풀 같았다. 알을 품어 날개를 얻은 이들은 모두 부처의 숲에서 날아오르게 되었고, 젖을 적셔 단맛을 나눈 이들은 도의 맛에 배부르지 않은 이가 없었다. 사람들은 경성(景星)을 점치지 않고도 공을 보아 상서로 삼았고, 짐은 긴 성을 믿지 않고 공에게 기대어 막음으로 삼았다. 이웃 적이 다시 엿보지 못하고 나라 형편이 거의 편안해진 것은 법의 힘에서 말미암지 않았다 할 수 없다. 더러 말문을 열면 병든 소가 떨쳐 일어나는 듯하고 법을 설하면 가문 날에 비가 쏟아지는 듯하였다. 짐의 귀에 아직도 들리니 사람들의 말이 어찌 꾸민 것이겠는가.

지난번 두루 다니겠다 핑계하고 행장을 꾸려 남쪽으로 갔으니, 일찍이 나를 위하여 서울에서 자리를 덥힌 적이 없다. 바지를 벗듯 훌훌 털고 돌아오기로 기약하였으나 상에 올라 앉은 채 갔다. 바위가 쩍 갈라지고 풀과 나무가 타서 말랐다. 아, 법의 들보가 꺾였으니 선림에서 누구를 우러르랴. 옴은 구름 같아 나오면 은택이 천하에 두루 미쳤고, 감은 문득 달 같아 기울자 빛이 인간 세상에서 가려졌다.

짐이 일찍이 그 남은 가르침을 받들어 오래도록 우러르기에 힘썼다. 무엇으로 그 거룩한 덕에 갚겠는가. 다만 아름다운 호를 뒤미처 올릴 뿐이다. 이것이 어찌 사사로운 은혜이겠는가. 실로 공변된 의논이다. 특별히 내려도 좋다. 운운.

아, 스님은 정법안장을 얻고 부처의 마음 등불을 전하여, 만 가지 덕의 몸을 이루고 이미 한결같은 참됨의 경지를 밟았다. 바라건대 남은 그늘을 미루어 큰 터전에 길이 복을 내리라. 운운.

협주 1

저본은 「枕石自誤」다. 「誤」 그대로면 「스스로 그르치다」가 되어 스님을 기리는 앞뒤와 어긋나므로 「娛」의 잘못으로 보아 고쳐 읽었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