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34

중서령 진강공의 초상을 그린 뒤 공신재에서 소리 내어 읽은 교서中書令晉康公圖形後功臣齋唱讀敎書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308자 · 낭독 3.1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4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云云。自先哲后奬大功臣。賜書券以傳家。雖使世蒙餘慶。至丹靑之畫壁。又焉人寫其容。但特待奇偉不世如卿者耳。卿負經天緯地之才。有汰世澄時之意。一劍掃乾坤之氛翳。九霄開日月之光明。奉寧考而踐至尊。可謂定策國老。輔寡人而纂丕統。實惟佐命大臣。享上之誠則罄輸心腑。故主不疑。董象之制則一出條例。而人莫犯。作君元鑑。爲國太山。加又頃當虜騎之侵疆。剛斷廟謀而破的。邦基之再造也繄卿是賴。王業之中興也。惟爾之庸。以身當國者二十四年。以功膺號者一千餘字。自商周已來寡有譬。雖伊旦復生何敢當。旱作雨川作舟。民到于今受其賜。山如礪河如帶。予嘉乃德曰不忘。託彩繪以圖形。期典刑之森眼。霞㫌鶴駕。漠爾雖遐。河目龜文。宛然如在。每紀春秋之序。伻張香火之筵。緬惟烈烈之魂。諒我區區之懇。嗚戲。翼亮之志。死生靡殊。相列后之在天。佑三韓於永世。云云。

운운.

옛 밝은 임금들이 큰 공신을 기릴 때부터 공신 문서를 내려 집에 전하게 하고 대대로 남은 경사를 입게 하였다. 그러나 단청으로 벽에 그리는 데에 이르러서는 또 어찌 아무의 얼굴이나 그렸겠는가. 다만 경처럼 뛰어나 세상에 드문 이를 특별히 대접한 것일 뿐이다.

경은 하늘을 날줄로 삼고 땅을 씨줄로 삼는 재주를 지녔고 세상을 씻어 때를 맑게 하려는 뜻이 있었다. 한 자루 칼로 하늘과 땅의 흐린 기운을 쓸어 내고 높은 하늘에 해와 달의 밝음을 열었다. 돌아가신 아버님을 받들어 지존의 자리에 오르시게 하였으니 책립을 정한 나라의 원로라 이를 만하고, 과인을 도와 큰 왕통을 잇게 하였으니 참으로 천명을 도운 대신이다. 윗사람을 받드는 정성은 속마음을 다 쏟았으므로 임금이 의심하지 않았고, 아랫사람을 거느려 다스리는 법은 한결같이 조례에서 나왔으므로 사람들이 범하지 못하였다. 임금에게는 으뜸가는 거울이 되고 나라에는 태산이 되었다.

게다가 지난번 오랑캐 기병이 국경을 침범하였을 때에는 조정의 꾀를 굳세게 결단하여 과녁을 꿰뚫듯 맞혔다. 나라의 터가 다시 세워진 것은 경에게 기댄 바요, 왕업이 중간에 다시 일어난 것은 오직 너의 공이다. 몸으로 나라를 맡은 지 스물네 해요 공으로 받은 호가 천여 자이니, 상나라와 주나라 이래로 견줄 이가 드물다. 비록 이윤(伊尹)과 주공(周公)이 다시 난들 어찌 감당하겠는가. 가물면 비가 되고 내를 건널 때는 배가 되었으니 백성이 오늘에 이르도록 그 은혜를 입는다. 산이 숫돌처럼 닳고 황하가 띠처럼 가늘어지도록 나는 네 덕을 아름답게 여겨 잊지 않겠노라 이른다.

채색 그림에 부쳐 모습을 그리게 함은 그 본보기가 눈앞에 삼엄하기를 기약함이다. 노을 깃발과 학 수레가 아득히 멀어졌으나 그림 속 거룩한 얼굴은 완연히 살아 있는 듯하다. 해마다 봄가을 차례에 사람을 보내 향불 자리를 베푸니, 아득히 매섭던 넋을 생각하며 나의 자잘한 정성을 살펴 주기 바란다.

아, 임금을 도와 밝히려던 뜻은 죽고 사는 것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하늘에 계신 여러 임금을 도와 삼한을 영원토록 지켜 주라. 운운.

협주 1

저본은 「河目龜文」이다. 하목(河目)과 구문(龜文)은 성인의 얼굴 생김을 이르는 옛 말이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