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34

화엄종 승통 도행에게 내리는 대관고華嚴業僧統都行敎書官誥 大官誥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31자 · 낭독 2.3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4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云云。道隱冥筌。唯碩德迺傳於正法。名爲重選。雖空門莫尙於休稱。衆所尊而奉之。禮當區以別矣。盍崇極品。以表英標。某官某。慧解疏通。心機沈邃。蓄無盡藏。雖胸呑萬法之源。由最上根。獨吻合十玄之味。以荷擔大乘而自任。其陶鑄後學者甚多。常居講席之主盟。可謂敎家之司命。國奉戴爲大和尙。身約敕猶貧浮屠。歷住名藍。其室若懸磬。再登批筆。於己如浮雲。境地自如。褒寵所絶。雖然。梁唐有國師大師之號。齊宋置法主僧主之呼。望苟稱於表儀。位宜居於首領。肆循公論。俾躡巍階。於戲。珠玉錢貝易耗也。不若僧寶之爲足攴。城池溝塹易危也。莫如法力之爲足恃。體玆眷注。勖爾精勤。云云。

운운.

도는 아득한 통발 속에 숨었으나 오직 큰 덕을 지닌 이라야 바른 법을 전한다. 이름은 무거운 뽑음이 되니 불문에서도 아름다운 일컬음보다 더한 것이 없다. 뭇사람이 높여 받드니 예로 마땅히 가려 구별해야 한다. 어찌 지극한 품계를 높여 빼어난 본보기를 드러내지 않겠는가.

아무 벼슬 아무는 슬기로운 이해가 시원하게 트이고 마음의 기틀이 깊고 그윽하다. 다함없는 곳간을 쌓아 가슴에 온갖 법의 근원을 삼켰고, 가장 높은 근기를 타고나 홀로 열 가지 그윽한 이치의 맛에 딱 들어맞았다. 대승을 짊어지기로 스스로 맡아 뒷사람을 빚어 길러 낸 이가 매우 많다. 늘 강석의 맹주 자리에 앉았으니 교종의 목숨을 맡은 이라 이를 만하다.

나라가 받들어 큰 화상으로 모셨으나 몸가짐을 단속함은 가난한 중과 같았다. 이름난 절을 두루 맡았으되 그 방은 매달아 놓은 경쇠처럼 비었고, 두 번이나 붓을 잡아 결재하는 자리에 올랐으나 제 몸에는 뜬구름 같았다. 경지가 한결같아 기림과 은총이 미치지 못하는 바이다.

그러하나 양나라와 당나라에는 국사·대사의 호가 있었고 제나라와 송나라에는 법주·승주의 부름을 두었다. 명망이 진실로 본보기에 걸맞으면 자리는 마땅히 우두머리에 있어야 한다. 이에 공변된 의논을 좇아 높은 품계를 밟게 한다.

아, 구슬과 옥, 돈과 조개는 쉬 닳으니 승보가 넉넉히 버팀이 되는 것만 못하고, 성과 못과 도랑과 구덩이는 쉬 위태로우니 법의 힘이 넉넉히 믿음이 되는 것만 못하다. 이 돌보는 뜻을 몸으로 받아 힘써 부지런하라. 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