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37

중서사인 이량께 올리는 제문祭李紫微諒文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29자 · 낭독 2.5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月日。子壻某官謹以淸酌庶羞之奠。敬祭于亡外舅中書舍人李公之靈。嗚呼哀哉。公之德望。太山北斗。學士崔公諱詵。銘以覼縷。大手摛華。足爲不朽。英英我公。耿介自負。紫微掌制。居帝左右。驤首雲衢。逸足方驟。孰擠而排。暴躓其步。伊予不肖。早忝婚媾。一啜一飮。皆仰于舅。毫銖莫報。含玉在口。予昔與妻。提挈孩幼。女戲我膝。男哭母脰。予笑謂妻。速翼汝鷇。爾女旣長。爾男旣秀。歲時伏臘。皿肉舁酒。率爾孩息。拜爾父母。卷韝𦜕脚。奉觴上壽。爾子奉斝。我酌我手。爾與爾女。射受遽授。平生若此。何羡貴富。妻笑謂子是固予守。嗟乎痛乎。此志莫就。身後百饌。何益之有。聊以寓哀。一觴薄酒。嗚呼哀哉。

아무 달 아무 날에 사위 아무 벼슬은 삼가 맑은 술과 여러 가지 음식으로 제물을 갖추어 돌아가신 장인 중서사인 이공(李公)의 영전에 공경히 제사 드립니다.

아, 슬픕니다. 공의 덕망은 태산과 북두입니다. 학사 최공 휘 선(詵)이 명을 지어 낱낱이 늘어놓았습니다. 큰 솜씨가 꽃다움을 펼쳤으니 길이 썩지 않을 만합니다.

빼어난 우리 공은 곧고 굳세어 스스로 자부하였습니다. 자미원에서 조서를 맡아 임금의 좌우에 있었습니다. 구름 낀 거리에서 머리를 쳐들고 빼어난 발굽으로 막 달리려 하였는데, 누가 밀치고 떠밀어 그 걸음을 갑자기 넘어뜨렸습니까.

저는 못났으나 일찍이 외람되이 혼인을 맺어 한 번 마시고 한 번 먹는 것까지 다 장인께 기댔습니다. 털끝만큼도 갚지 못하였는데 입에 옥을 머금고 누우셨습니다.

제가 옛날 아내와 더불어 어린것들을 이끌 적에 딸아이는 제 무릎에서 놀고 사내아이는 어미 목에 매달려 울었습니다. 제가 웃으며 아내에게 말하였습니다. 「어서 네 새끼들을 날개 아래 키우라. 네 딸이 자라고 네 아들이 빼어나거든 명절과 복날 납일에 그릇에 고기를 담고 술을 메고, 네 아이들을 거느려 네 부모께 절하고, 토시를 걷고 다리를 걷어붙이고 잔을 받들어 오래 사시라 빌자. 네 아들이 술잔을 받들거든 내가 손수 따르고, 너와 네 딸은 다투어 받고 얼른 건네자. 한평생이 이러하면 무엇하러 귀함과 부유함을 부러워하랴.」 아내가 웃으며 「이것이 참으로 제가 지킬 바입니다」 하였습니다.

아, 아픕니다. 이 뜻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돌아가신 뒤의 백 가지 음식이 무슨 보탬이 되겠습니까. 애오라지 슬픔을 부칩니다. 한 잔 박한 술이니, 아 슬픕니다.

협주 1

代子壻崔君行

사위 최군을 대신하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