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선사께 올리는 제문祭鍾義禪老文
月日。良醞令同正李某謹以茶菓之奠。祭于禪師義公之靈。惟靈佛隴之嗣。尤溪之宗。全德法器。旣豐而充。行修而峻。道盈而沖。餘事文章。龍獰虎雄。揮翰洒紙。風凄雨濛。坦然曠達。多可旁通。昔敦牂之紀歲兮。始傾蓋而從容。甑山之阿。往來憧憧。往來伊何。問道談空。問道伊何。是空假中。維是文句。爲我擊蒙。惟師之故。開我昏聾。至若竹窓夜雨。松院淸風。燈明圍棋。不覺日紅。不爾賦詩。交相磨礱。飮我以酒。沈醉百鍾。枕我以膝。睡息噴虹。脫略碎節。披豁心胸。同遊國淸。岸挾丹楓。竝轡甘露。綠水沖瀜。陟巘觴酌。啜醇吮醲。載哦載詠。其樂融融。嗚呼哀哉。人生聚散。易別難逢。一從睽拆。俱若轉蓬。我官于南。師去舊峯。師還洛師。從軍我東。出入違背。杜燕秋鴻。率然相遇。旋別悤悤舊歡不可再兮。奈聞此訃凶。水逝兮不復。雲去兮無蹤。法棟云折。學者安從。道境之一生死兮。予何爲此忡忡。師豈沒沒隨庸流兮。其所之兮兜率天宮。我如踵往一笑相同。煎臘芽兮是薦。姑表我之悾悾。
아무 달 아무 날에 양온령 동정 이 아무개는 삼가 차와 과일로 제물을 갖추어 선사 의공(義公)의 영전에 제사 드립니다.
밝은 넋께서는 불롱(佛隴)의 후사요 우계(尤溪)의 종장이셨습니다. 덕을 온전히 갖춘 법 그릇이라 넉넉하고 가득하셨습니다. 행실은 닦여 높고 도는 가득하되 비어 있었습니다. 남은 일로 지은 문장은 용처럼 사납고 범처럼 웅장하였습니다. 붓을 휘둘러 종이에 뿌리면 바람이 쓸쓸하고 비가 자욱하였습니다. 너그럽고 트여 두루 통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옛날 말의 해(午年)에 처음 수레 덮개를 기울여 조용히 사귀었습니다. 증산(甑山) 기슭을 오가기가 잦았습니다. 오가며 무엇을 하였습니까. 도를 묻고 공(空)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도를 물어 무엇을 하였습니까. 공과 가(假)와 중(中)이었습니다. 이 글귀들이 저의 어리석음을 깨뜨렸습니다. 스님 덕분에 저의 어둡고 먹은 귀가 열렸습니다.
대나무 창에 밤비가 오고 솔 두른 뜰에 맑은 바람이 불 때면 등불을 밝히고 바둑을 두느라 해가 붉어지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를 지어 서로 갈고닦았습니다. 저에게 술을 먹여 백 잔에 흠뻑 취하게 하고, 무릎을 베게 하여 잠든 숨결이 무지개를 뿜었습니다. 잗단 예절을 벗어 버리고 가슴속을 활짝 열었습니다.
국청사(國淸寺)에 함께 노닐 때는 언덕에 붉은 단풍이 끼었고, 감로사(甘露寺)에 나란히 고삐를 잡았을 때는 푸른 물이 넘실거렸습니다. 멧부리에 올라 잔을 들고 진한 술을 마시며 읊고 노래하니 그 즐거움이 흐뭇하였습니다.
아, 슬픕니다. 사람의 삶은 모이고 흩어짐에 헤어지기는 쉽고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한 번 갈라진 뒤로 둘 다 구르는 쑥대 같았습니다. 저는 남쪽에서 벼슬하고 스님은 옛 봉우리를 떠났습니다. 스님이 서울로 돌아오자 저는 군사를 따라 동쪽으로 갔습니다. 드나듦이 어긋나 두견과 제비, 가을 기러기 같았습니다. 문득 서로 만나면 이내 총총히 헤어졌습니다.
옛 즐거움을 다시 누릴 수 없는데 이 흉한 부음을 들으니 어찌합니까. 물은 흘러가 돌아오지 않고 구름은 떠나 자취가 없습니다. 법의 마룻대가 꺾였으니 배우는 이들은 누구를 따르겠습니까.
도의 경지에서는 삶과 죽음이 하나인데 저는 어찌하여 이리 근심합니까. 스님이 어찌 흐리멍덩하게 뭇 사람을 따르겠습니까. 가신 곳은 도솔천궁일 것입니다. 제가 뒤따라가면 한 번 웃음으로 서로 같아지겠지요. 섣달 차 싹을 달여 올리니 애오라지 저의 어리석은 정성을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