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37

전주에서 보안현 마포대왕께 거듭 올리는 제문全州重祭保安縣馬浦大王文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82자 · 낭독 1.8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維年月日。某官謹遣同年進士黃敏仁。致山鹿一首兼淸酌之奠。申祭于馬浦大王之靈。正直之神。人所敬思。淸廉之吏。民所畏之。以玆較量。孰尊孰卑。加又予吏完山。一方攸附。神職馬浦。完山所部。以長官之吏。對下邑之祇。不拜而揖。於禮固宜。以是擲筊。神則諾許。吾不曲膝。長揖而去。其於祀設。不肉而蔬。方離祠宇。驅馬徐徐。有鹿蹶蹶。似將狂觸。吐血而斃。馬驚且仆。其祥可駭。思之反覆。神豈以予祀不饋肉。又豈警予報謝之遲。此可代牲。遣獻于祠。神其享之。莫我敢訾。

아무 해 아무 달 아무 날에 아무 벼슬은 삼가 동년 진사 황민인(黃敏仁)을 보내어 산사슴 한 마리와 맑은 술로 제물을 갖추어 마포대왕(馬浦大王)의 영전에 거듭 제사 드립니다.

정직한 신은 사람이 공경하여 생각하는 바요, 청렴한 벼슬아치는 백성이 두려워하는 바입니다. 이로써 견주면 누가 높고 누가 낮겠습니까. 게다가 저는 완산(完山)의 수령이라 한 지방이 붙좇는 바요, 신은 마포를 맡았으니 완산에 딸린 곳입니다. 상급 고을의 벼슬아치로서 아래 고을의 신을 대하니 절하지 않고 읍만 하는 것이 예로 보아 참으로 마땅합니다. 이로써 점대를 던지니 신께서 허락하셨습니다. 저는 무릎을 굽히지 않고 길게 읍하고 물러났습니다. 제사를 차림에도 고기를 쓰지 않고 나물로 하였습니다.

막 사당을 떠나 말을 천천히 몰 때 사슴 한 마리가 허둥지둥 달려와 미친 듯이 들이받으려다가 피를 토하고 죽었습니다. 말이 놀라 넘어지기까지 하였습니다. 그 조짐이 놀라워 거듭 생각하였습니다. 신께서 제 제사에 고기를 올리지 않은 것을 탓하심입니까. 또한 갚아 사례함이 더딘 것을 일깨우심입니까.

이것으로 희생을 대신할 만하기에 사당에 보내어 바칩니다. 신께서는 흠향하시고 저를 나무라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