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에 올리는 제문祭松岳文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云云。予以行身。俯仰無愧。不喜黷神。僥幸其賜。以我大王。一國所倚。不敢慢怠。累繭方至。且念倚伏無常。糾纏何異。禍淫莫憑。福善奚恃。予保其白。有黑點止。予怙其淸。有濁浣矣。幾微之漸。防豈予智。逆折其萌。須神之衛。所望于神。唯此而已。
운운.
저는 몸가짐에 굽어보고 우러러보아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신을 번거롭게 하여 그 내리심을 요행으로 바라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 대왕은 온 나라가 의지하는 바이므로 감히 게을리하지 못하여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 이제 이르렀습니다.
또 생각하건대 화와 복이 기대고 엎드림에 일정함이 없고 얽히고설킨 것이 다르지 않습니다. 악한 이에게 화를 내린다는 말도 믿을 수 없고 착한 이에게 복을 준다는 말도 어찌 믿겠습니까. 제가 흰 것을 지킨다 하여도 검은 점이 생기고, 제가 맑은 것을 믿는다 하여도 흐린 것이 끼어듭니다.
낌새가 번져 오는 것을 제 지혜로 어찌 막겠습니까. 그 싹을 미리 꺾는 일은 모름지기 신의 지킴에 달렸습니다. 신께 바라는 바는 오직 이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