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39

같은 서경 중흥사 불상에 눈을 그려 넣는 글同京重興寺佛像點眼文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46자 · 낭독 1.6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9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等空絶想。一眞體之自如。對境起因。億化身之皆現。敢憑像設。誕發信心。眷我先王。卜玆勝地。開阿蘭若之寬敞。立窣堵波之巍峨。曩經回祿之災。盡爲煨燼。旋命般倕之手。申備奐輪。顧曠日歷年以方興。何卒雷暴電之大震。天機莫測。雖稽慶席之張皇。梵相猶存。宜飾熏科而崇奉。寔傾霞懇。虔點蓮眸。伏願覺蔭遄加。慈泠旁潤。增延曆數。厥基永孚于休。燕及生靈。無物不得其所。

허공과 같아 생각이 끊어졌으니 한 참된 몸이 스스로 그러하고, 경계를 마주해 인연을 일으키니 억의 화신이 모두 나타납니다. 감히 모습을 세워 모신 데 기대어 크게 믿는 마음을 일으킵니다.

우리 선왕께서 이 빼어난 땅을 가려 넉넉하고 훤한 절을 여시고 우뚝한 탑을 세우셨습니다. 지난날 불의 재앙을 겪어 모두 잿더미가 되자 곧 뛰어난 장인의 손을 빌려 다시 크고 아름답게 갖추게 하셨습니다.

돌아보건대 여러 날 여러 해를 들여 이제 막 일어섰는데 어찌 갑자기 벼락과 번개의 큰 흔들림을 만났습니까. 하늘의 기미는 헤아릴 수 없어 경사스러운 자리를 크게 벌이는 일은 미루었으나, 부처님의 모습은 그대로 남았으니 마땅히 향 사르는 법식을 갖추어 받들어야 하겠습니다. 이에 붉은 정성을 기울여 삼가 연꽃 같은 눈동자를 그려 넣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깨달음의 그늘을 빨리 더하시고 자비의 서늘함이 두루 적시게 하소서. 나라의 운수를 늘려 그 터전이 길이 아름다움에 미덥게 하시고, 편안함이 백성에게 미쳐 어느 것 하나 제자리를 얻지 못함이 없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