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비는 태일 초례문祈雨大一醮禮文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9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食爲之命。一穀不登則飢。神感于誠。五經莫重於祭。以予否德。召厥咎徵。自夏以來。久致乾焦之沴。而民何罪。已懷餓殍之憂。玆軫焦勞。未遑宴逸。至誠不息。曾陳祈叩之儀。小信未孚。尙阻汪洋之澤。間雖滋潤。未至渥優。宜高哀籲之誠。期聞聽卑之耳。斯循祕籙。式展精禋。伏望呼召神龍。驅除旱魃。五風十雨。允孚時若之休。萬廩千廂。終叶年豐之慶。
먹는 것이 목숨이니 한 가지 곡식이 여물지 않으면 굶주리고, 신은 정성에 느끼시니 예에 다섯 가지 벼리가 있으나 제사보다 무거운 것이 없습니다.
저의 못난 덕으로 허물의 조짐을 불렀습니다. 여름부터 오래도록 마르고 타는 재앙을 부르니 백성이 무슨 죄입니까, 이미 굶어 죽는 근심을 품었습니다. 이에 애타는 수고로움을 아파하여 편히 쉴 겨를이 없습니다.
지극한 정성을 쉬지 않아 일찍이 비는 예를 베풀었으나, 작은 믿음이 미덥지 못하여 아직도 넘실대는 은택이 막혔습니다. 그사이 비록 적시기는 하였으나 넉넉함에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마땅히 슬피 부르짖는 정성을 높이어 낮은 데를 들으시는 귀에 들리기를 기약합니다. 이에 비밀한 책을 좇아 정결한 제사를 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신령한 용을 불러 가물 귀신을 몰아내소서. 닷새에 한 번 바람 불고 열흘에 한 번 비 내려 때에 맞는 아름다움이 참으로 미덥게 하시고, 만 곳간 천 곳간이 마침내 풍년의 경사에 맞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