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문에서 북쪽 들을 바라보며 올리는 초례문玄武門望北郊醮禮文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40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天生蒸人。意豈欲其勦絶。國有闕政。時或降之旱乾。苟謝過以哀祈。卽應誠而孚佑。顧惟凉薄。叨處崇高。夙夜克勤。雖未遑於假寐。賞刑多濫。動自召於咎徵。迺當盛夏之辰。久苦亢陽之厄。肆投眞蔭。庶借陰庥。水德所存。望北郊而稽首。蘋羞可薦。採南澗以展儀。仰冀茫茫。僉歆苾苾。普霑甘澍。使百穀以勃興。大有豐年。致千倉之露積。
하늘이 뭇 사람을 내셨으니 뜻이 어찌 그들을 끊어 없애려 함이겠습니까. 나라에 빠진 정사가 있으면 때로 가뭄을 내리시나, 진실로 허물을 사례하고 슬피 빌면 곧 정성에 응하여 미덥게 도우십니다.
돌아보건대 얇고 엷은 몸으로 높은 자리에 외람되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부지런하여 비록 옷 입은 채 눈 붙일 겨를도 없었으나, 상과 벌이 넘침이 많아 걸핏하면 스스로 허물의 조짐을 불렀습니다. 이에 한여름을 맞아 오래도록 볕이 드센 재액에 시달립니다.
그러므로 참된 그늘에 나아가 남모르는 감싸심을 빌리고자 합니다. 물의 덕이 있는 곳이라 북쪽 들을 바라보며 머리를 조아리고, 마름 나물을 올릴 만하기에 남쪽 시내에서 캐어 예를 폅니다.
우러러 바라건대 아득하신 분들께서 모두 향기로움을 흠향하소서. 단비를 두루 적시어 온갖 곡식이 우쩍 일어나게 하시고, 크게 풍년이 들어 천 곳간에 노적이 쌓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