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신을 누르는 초례문壓火神醮禮文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40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妖異之興。各因過擧。壓勝之術。唯在宗祈。顧人所資。惟火可畏。順時行令。雖防濫發之萌。失性爲灾。尙慮不虞之變。况觀玄象之乖度。殆有赤精之作威。祗陳菲薄之儀。佇畀保持之力。致令自諸宮宇。永無濡褐之勞。及爾里閭。不見焦頭之救。
요괴롭고 괴이한 일이 일어남은 저마다 지나친 처사에 말미암고, 눌러 이기는 방술은 오직 근원에 비는 데 있습니다.
돌아보건대 사람이 의지하는 것 가운데 오직 불이 두렵습니다. 때를 따라 명령을 행하여 비록 함부로 일어나는 싹을 막으나, 제 성질을 잃어 재앙이 되니 오히려 뜻하지 않은 변고를 걱정합니다. 하물며 하늘의 모습이 도수에서 어긋남을 보매 아마 붉은 정기가 위세를 부림이 있는 듯합니다.
삼가 변변찮은 예를 베풀고 지켜 주시는 힘 내리시기를 기다립니다. 여러 대궐과 집에서부터 길이 옷을 적시는 수고가 없게 하시고, 마을에 이르기까지 머리를 그을리며 구하는 일을 보지 않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