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과 같은 소同前疏
梵雄始吼而言泉漲。開衆妙門。菩薩嗣唱而敎翼張。作大寶藏。浩汗渾涵。則譬滄溟之包滀百谷。敷掦宣暢。則同甘澍之霑洽四方。但論崇奉之如何。毋慮感通之未速。伏念襲祖宗之遺緖。承廟社之重權。一日罔寧。如馭朽索之懍。萬機易紊。猶理亂絲而棼。頃遭胡寇之橫行。幾致邦基之陵替。繄仰賴多天之助。卽坐臻強敵之摧。如執熱之濯淸。民雖小息。若懲沸而吹冷。予尙未安。况聞日御之獻言。連報月行之乖度。或干諸侯之位。或入大微之躔。加又閱陪京馳聞之辭。有大石自移之變。物無脛而行也。必異於常。禍有胎而生焉。曷知其漸。益深戰惕。切計禬禳。須憑最勝之緣。可杜未然之患。恭循舊典。宏敞熏科。扣鑰虬函。振菓脣之微說。拈槌塵席。馳雷舌之高談。所罄獻者我誠。想森陳於聖鏡。伏願災萌永息。福聚彌增。風雨順時。蔑破塊鳴條之異。糓粟盈廩。播崇墉比櫛之謠。羌虜遁藏。邊陲靜謐。
범웅(梵雄)께서 처음 사자후 하시자 말씀의 샘이 불어나 뭇 묘한 문을 여셨고, 보살이 이어 부르매 가르침의 날개가 펴져 큰 보배 갈무리를 이루었습니다. 넓고 아득히 머금음은 큰 바다가 온갖 골짜기 물을 안아 모음에 견줄 만하고, 펴 드날려 통창함은 단비가 사방을 적심과 같습니다. 다만 높이 받듦이 어떠한지를 따질 뿐, 느껴 통함이 더딜까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엎드려 생각하니 조종께서 남기신 왕업을 이어받고 종묘사직의 무거운 권세를 이었습니다. 하루도 편안하지 못하여 썩은 새끼로 말을 모는 듯 떨리고, 온갖 정사는 어지러워지기 쉬워 엉킨 실을 다스리려다 도리어 헝클어뜨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오랑캐 도둑이 함부로 날뛰는 일을 만나 하마터면 나라의 터가 무너질 뻔하였습니다. 오직 하늘의 많은 도우심에 우러러 힘입어 곧 앉은 자리에서 강한 적이 꺾이기에 이르렀습니다. 뜨거운 것을 쥐었다가 맑은 물에 씻은 듯 백성이 비록 조금 숨을 돌렸으나, 끓는 것에 데어 찬 것도 불어 먹듯 나는 아직 편안하지 못합니다.
하물며 해를 맡은 관원의 아뢰는 말을 들으니 달의 운행이 도수에 어긋난다는 보고가 잇달았습니다. 혹은 제후의 자리를 범하고 혹은 태미(大微)의 자리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딴 서울에서 달려와 아뢴 글을 보니 큰 돌이 저절로 옮겨 간 변고가 있었습니다.
물건이 다리가 없이 다니니 반드시 예사롭지 않은 일이요, 재앙은 싹이 있어 생기는 것이니 그 번짐을 어찌 알겠습니까. 더욱 깊이 떨리고 두려워 물리쳐 없앨 꾀를 간절히 헤아립니다. 모름지기 가장 뛰어난 인연에 기대어야 아직 오지 않은 근심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삼가 옛 법을 좇아 닦는 법석을 크게 엽니다. 규룡 무늬 함의 자물쇠를 열어 붉은 열매 같은 입술의 미묘한 말씀을 떨치고, 먼지떨이 자리에서 방망이를 들어 우레 같은 혀의 높은 이야기를 달립니다. 다 기울여 바치는 것은 우리의 정성이니, 거룩한 거울에 빽빽이 벌여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재앙의 싹이 길이 그치고 복의 모임이 더욱 불어나며, 바람과 비가 철을 따라 흙덩이를 깨뜨리고 가지를 울리는 괴변이 없고, 곡식이 곳간에 가득하여 높은 담처럼 빗살처럼 쌓였다는 노래가 퍼지며, 오랑캐가 달아나 숨고 변방이 고요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