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41

앞과 같이 거란 군사를 물리치는 제석 재에 올리는 소同前攘丹兵天帝釋齋踈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87자 · 낭독 3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4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釋王統六天於上界。禍淫福善之無差。我國是四洲之仁方。敬佛歸僧之有漸。如或訴急危之變。忍不垂憐憫之心。憬彼契丹之餘民。臣于女眞者有載。翻如吠主之犬。叛國橫行。終類失林之麞。擧羣狂顧。突來他境。反作我仇。寄人之土而殘人也多。奪人之食而害人是快。雖老嫗弱兒也。殺之無赦。雖孕駒乳犢也。屠之無遺。或燒殘佛寺而皆委於燼灰。或破壞梵書而至投於溷廁。斯謂獸之心也。夫豈人之情歟。以如此之凶殘。似不保於頃刻。何苟延於歲律。而屢抗於官軍。然災不妄生。人所自召。無奈群臣之積釁。致玆大寇之肆淫。宜各省愆。以圖弭禍。過勿憚改。苟勤悔責之心。孽猶可違。儻有杳冥之助。是用收文虎之月俸。備晨夕之齋廚。仰扣線臺。特嚴雲供。伏願仗神威之助。增士氣之揚。王師所臨。如疾雷之震地。虜種自熄。猶爝火之投河。

제석천왕은 윗세계에서 여섯 하늘을 거느리시어 음란한 자에게 화를 주고 착한 자에게 복을 줌에 어긋남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네 대륙 가운데 어진 땅이라 부처를 공경하고 승가에 귀의함이 오래되었습니다. 만약 급하고 위태로운 변고를 하소연한다면 차마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드리우지 않으시겠습니까.

멀리 저 거란(契丹)의 남은 백성은 여진(女眞)에 신하 노릇을 한 지 여러 해입니다. 도리어 주인을 보고 짖는 개처럼 제 나라를 배반하고 멋대로 다니며, 마침내 숲을 잃은 노루처럼 무리를 지어 미친 듯 두리번거립니다. 남의 지경에 갑자기 들어와 도리어 우리 원수가 되었습니다.

남의 땅에 붙어 살면서 사람을 해친 것이 많고, 남의 먹을 것을 빼앗고 사람 해치기를 시원해합니다. 늙은 할미와 어린아이라도 죽이고 용서함이 없으며, 새끼 밴 망아지와 젖먹이 송아지라도 잡아 남기지 않습니다. 혹은 절을 불살라 모두 잿더미에 버리고, 혹은 불경을 깨뜨려 뒷간에 던지기까지 합니다. 이것을 짐승의 마음이라 할 것이니 어찌 사람의 정이겠습니까.

이같이 흉하고 모진 짓으로는 잠깐도 보전하지 못할 듯한데, 어찌하여 해를 넘기도록 구차히 목숨을 늘이며 관군에 여러 번 맞섭니까. 그러나 재앙은 함부로 생기지 않고 사람이 스스로 부르는 것입니다. 여러 신하가 쌓은 허물이 이 큰 도적의 방자함을 부른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마땅히 저마다 허물을 살펴 재앙 그치기를 꾀할 것입니다. 허물은 고치기를 꺼리지 말 것이니, 진실로 뉘우쳐 꾸짖는 마음을 부지런히 한다면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고, 혹 그윽하고 아득한 데의 도움이 있을 것입니다.

이에 문관과 무관의 달 녹봉을 거두어 아침저녁 재를 올릴 부엌을 갖추고, 우러러 실로 꾸민 단을 두드려 특별히 구름 같은 공양을 엄정히 차립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신의 위엄이 돕는 힘을 빌려 군사의 기운이 드날림을 더하게 하시고, 임금의 군사가 이르는 곳마다 빠른 우레가 땅을 흔들듯 하게 하시며, 오랑캐 무리가 절로 꺼지되 관솔불을 강물에 던진 듯하게 하소서.

협주 1

仁方 — 「어진 땅」으로 읽었다. 오행에서 동쪽이 인(仁)에 드는 데서 온 말로 보아 「동쪽 땅」으로 읽는 길도 있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