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41

선회에서 선을 설해 주기를 청하는 글禪會請說禪文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06자 · 낭독 2.1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4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佛印西來。禪乘東轉。雖心心相照。自然絶語離言。若祖祖不宣。誰肯上堂擧話。仰祈宗匠。略啓玄源。恭惟禪師丈下。法器泓深。家風淸淡。道存乎默。未曾皷動於機關。時或有言。無奈震驚於天地。伏念弟子才非輪翮。職揔璣衡。欲維持世季之陵夷。常耗竭愚心而計較。唯梵力是荷。必延松麓之靈基。顧法門雖多。確倚曹溪之正眼。况今上天之變異也。無言喩意。頑敵之往來也。如疾在心。益憑向上之宗。期杜未然之患。盛張香範。大集衲僧。如予微願之必圓。都在洪音之一下。伏望勿惜一槌之伎倆。極談五葉之根源。普潤羣倫。一如祈望。

부처의 인가가 서쪽에서 오고 선의 수레가 동쪽으로 굴렀습니다. 비록 마음과 마음이 서로 비추어 저절로 말이 끊기고 말을 떠나지만, 조사마다 펴지 않는다면 누가 법상에 올라 화두를 들겠습니까. 우러러 큰 스승께 비오니 그윽한 근원을 조금 열어 주소서.

공손히 생각하건대 선사 어른께서는 법 그릇이 깊고 깊으며 가풍이 맑고 담박합니다. 도가 잠잠한 데 있어 일찍이 기관을 두드려 움직이지 않으시나, 때로 말씀이 있으면 하늘과 땅을 놀래킴을 어찌하겠습니까.

엎드려 생각하니 제자는 재주가 큰 날개가 아니면서 나라의 저울대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말세의 무너져 내림을 붙들어 지키려고 늘 어리석은 마음을 다 써 가며 헤아립니다. 오직 부처님 힘을 입어야 반드시 송악 기슭의 신령한 터전을 길이 이을 수 있고, 법문이 비록 많으나 굳게 조계(曹溪)의 바른 눈에 기댑니다. 하물며 이제 하늘의 변고는 말 없이 뜻을 깨우치고, 완악한 적이 오가는 것은 병이 가슴에 든 것 같습니다. 더욱 위로 향하는 종지에 기대어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근심을 막기를 기약합니다.

향 사르는 법석을 성대히 베풀고 납의 입은 승려를 크게 모았습니다. 제 작은 바람이 반드시 이루어짐은 모두 큰 소리 한 번 내리심에 달렸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방망이 한 번의 솜씨를 아끼지 마시고 다섯 잎의 근원을 다 이야기하시어, 뭇 무리를 두루 적셔 주시기를 한결같이 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