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과 같이 선을 설해 주기를 청하는 글同前請說禪文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4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宗乘密旨。雖離說而寂空。祖海深源。必待人而弘暢。敢敷危懇。請下微音。恭惟某禪師丈下。天資踈通。道韻澄朗。望高當世。想瞻天上之景星。化潤羣生。出作人間之時雨。某以妄庸之品。都宰輔之司。冒寵叨榮。心如臨谷。念時憂國。脇不沾床。尙乏廟謀。圖寧國體。唯託南宗無上之法。期臻東戶大平之時。爰罄三依。佇聞一話。伏望曲紆大度。俯循哀祈。廓宣衮衮之談。豁破懸懸之望。
종문의 비밀한 뜻은 비록 말을 떠나 고요하고 비었으나, 조사 바다의 깊은 근원은 반드시 사람을 기다려 널리 펴집니다. 감히 간절한 마음을 펴서 미묘한 소리를 내려 주시기를 청합니다.
공손히 생각하건대 아무 선사 어른께서는 타고난 바탕이 시원히 통하고 도의 운치가 맑고 밝습니다. 명망이 당대에 높아 하늘 위의 상서로운 별을 우러르는 듯하고, 교화가 뭇 생명을 적셔 세상에 나와 때맞은 비가 되십니다.
아무개는 망령되고 용렬한 품성으로 재상의 자리를 도맡았습니다. 은총을 무릅쓰고 영화를 외람되이 받아 마음이 깊은 골짜기 가에 선 듯 조마조마하고, 때를 생각하고 나라를 근심하여 옆구리가 자리에 닿지 못합니다. 아직도 조정의 꾀가 모자란 채로 나라의 형세를 편안히 할 길을 도모합니다. 오직 남종의 위없는 법에 의탁하여 아주 옛적 태평한 시절에 이르기를 기약합니다. 이에 삼귀의(三歸依)를 다하고 한마디 말씀 듣기를 기다립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큰 도량을 굽혀 애타는 청을 좇으시어, 도도한 말씀을 넓게 펴시고 간절한 바람을 시원히 풀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