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41

보제사 오백성전에서 비를 비는 글普濟寺行五百聖殿祈雨文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10자 · 낭독 2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4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天機萬變。旱乾由謫罰而生。聖力一廻。雲雨乃須臾之頃。自仲春而至夏。致亢陽之爲災。日流金而甚於火爍。苗仆塊而如以湯焦。若今日之間。莫致九霄之澤。卽甫田之上。便無一畝之收。人所死生。勢在朝夕。如有罪者。蒙之尙可。於無辜也。及則奈何。是皆由宰相之積愆。其忍啜膳羞而安坐。禱神明而靡答。出囚繫而無功。計雖已窮。心復自忖。不若投大雲之蔭。於以乞甘澍之霑。捨百人半月之粮。特營信施。用一鉢數升之例。各展香羞。庶以我之膏梁。換作民之膚肉。至誠所格。妙鑒必通。伏願霈一日之滂沱。滋濡赤地。致九農之豐稔。救活蒼生。

하늘의 기틀은 만 가지로 변하니 가뭄은 꾸짖는 벌에서 생깁니다. 거룩한 힘이 한 번 돌면 구름과 비는 잠깐 사이입니다.

봄 가운데 달부터 여름에 이르도록 볕이 너무 세어 재앙이 되었습니다. 해는 쇠를 녹여 흐르게 하여 불에 타는 것보다 심하고, 싹은 흙덩이에 쓰러져 끓는 물에 덴 듯합니다. 만약 오늘 사이에 높은 하늘의 은택을 얻지 못한다면, 곧 저 큰 밭 위에 한 이랑의 거둠도 없을 것입니다. 사람의 죽고 삶이 아침저녁에 달렸습니다.

죄 있는 자가 이를 입는 것은 그래도 괜찮으나, 죄 없는 이에게 미치면 어찌하겠습니까. 이는 다 재상이 쌓은 허물에서 말미암은 것입니다. 차마 좋은 음식을 먹으며 편히 앉아 있겠습니까. 신명께 빌어도 대답이 없고 갇힌 이를 풀어 주어도 보람이 없습니다.

계책이 이미 다하였으나 마음으로 다시 헤아려 보니, 큰 구름의 그늘에 몸을 던져 단비의 적심을 비는 것이 가장 낫겠습니다. 백 사람의 보름 양식을 내어 특별히 믿음의 보시를 마련하고, 한 바리에 몇 되씩 하는 규례대로 저마다 향과 음식을 차립니다. 바라건대 우리가 먹는 기름진 음식이 백성의 살이 되게 하소서. 지극한 정성이 이르는 곳에 묘한 살피심이 반드시 통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하루의 큰비를 쏟아 붉게 탄 땅을 적셔 주시고, 아홉 가지 농사가 넉넉히 여물어 백성을 살려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