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41

왕륜사 신중 법석의 날재 소王輪寺神衆法席日齋踈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319자 · 낭독 3.3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4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佛智莊嚴。彌滿虛空而無㝵。神行奮迅。動搖山岳以非難。念彼丹民。生從白狄。本惟不義之俗。穢惡甚於諸戎。今擧無名之兵。橫行入于我境。或侵陵州落而以此爲樂。或焚敗寺宇而略無所疑。以犬羊而着冠。類狼虎之擇肉。無老稚而皆殺。自開闢以未聞。其罪則天地所不容。其惡則幽明所共怒。何就誅之稽緩。而曠日以侵淫。是天所然。豈人爲也。某適此家邦之多難。叨干祿位之過豐。欲手執干戈。顧無拳勇之敵衆。但坐安床褥。將何面目以見人。夙夜憂勞。俯仰慙愧。今國家佇蒙梵力。坐服凶胡。召高士於名山。敞法筵於福地。念衆眞之威號。嚴四事之熏科。勤亦至焉。施不細矣。見此無遮之勝會。誰無隨喜之善心。况弟子早罄至誠。痛自依於佛蔭。今聞能事。盍助築於功山。悉倒私貲。式嚴淨範。區區之懇。一一而詳。伏願仗神天之威。增士卒之氣。軍聲益震。若擊電之殷高山。虜種自消。如片蓬之入大火。凡害于國。寧丁我躬。

부처의 지혜는 장엄하여 허공에 가득 차되 걸림이 없고, 신의 걸음은 떨쳐 빨라 산악을 흔드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생각건대 저 거란(契丹) 백성은 백적(白狄)에서 났습니다. 본디 의롭지 못한 풍속이라 더럽고 악함이 여러 오랑캐보다 심합니다. 이제 명분 없는 군사를 일으켜 우리 지경에 함부로 들어왔습니다. 혹은 고을을 침노하고 짓밟기를 낙으로 삼고, 혹은 절집을 불사르고 헐되 조금도 꺼리는 바가 없습니다. 개와 양이 갓을 쓴 꼴이요 이리와 범이 고기를 고르는 것과 같습니다. 늙은이 어린이 가림 없이 다 죽이니 하늘과 땅이 열린 뒤로 듣지 못한 일입니다. 그 죄는 하늘과 땅이 용납하지 못할 바요, 그 악함은 저승과 이승이 함께 노할 바입니다. 어찌하여 벌 받음이 더디어 날을 끌며 스며들어 옵니까. 이는 하늘이 그리한 것이니 어찌 사람이 한 일이겠습니까.

아무개는 마침 나라에 어려움이 많은 때를 만나 지나치게 넉넉한 녹과 자리를 외람되이 구하였습니다. 손에 방패와 창을 잡고자 하나 돌아보건대 무리를 당할 힘도 용기도 없고, 다만 편안한 자리에 앉았으니 장차 무슨 낯으로 사람을 보겠습니까. 밤낮으로 근심하고 수고하며 굽어보고 우러러보매 부끄럽습니다.

이제 나라에서 부처님 힘 입기를 기다려 앉아서 흉한 오랑캐를 항복시키려 합니다. 이름난 산에서 높은 이를 부르고 복된 땅에 법석을 열었습니다. 뭇 참된 이들의 위엄 있는 이름을 생각하며 네 가지 공양의 향 사르는 법석을 엄정히 합니다. 부지런함이 지극하고 베풂이 작지 않습니다. 이 막힘없는 훌륭한 모임을 보고 누가 따라 기뻐하는 착한 마음이 없겠습니까.

하물며 제자는 일찍이 지극한 정성을 다하여 아프도록 스스로 부처님 그늘에 의지하였습니다. 이제 큰일을 들었으니 어찌 공덕의 산 쌓기를 돕지 않겠습니까. 사삿재물을 다 기울여 깨끗한 법석을 엄정히 갖춥니다. 자잘한 간절함을 하나하나 자세히 아룁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신과 하늘의 위엄에 힘입어 군사의 기운을 더하게 하시고, 군사의 소리가 더욱 떨쳐 번개가 높은 산을 울리듯 하게 하시며, 오랑캐 무리가 절로 스러지되 쑥 한 조각이 큰불에 든 듯하게 하소서. 무릇 나라에 해로운 일은 차라리 제 몸에 닥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