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1

시를 논하다論詩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60자 · 낭독 1.7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作詩尤所難。語意得雙美。含蓄意苟深。咀嚼味愈粹。意立語不圓。澁莫行其意。就中所可後。雕刻華艶耳。華艶豈必排。頗亦費精思。攬華遺其實。所以失詩旨。邇來作者輩。不思風雅義。外飾假丹靑。求中一時嗜。意本得於天。難可率爾致。自揣得之難。因之事綺靡。以此眩諸人。欲掩意所匱。此俗寖已成。斯文垂墮地。李杜不復生。誰與辨眞僞。我欲築頹基。無人助一簣。誦詩三百篇。何處補諷刺。自行亦云可。孤唱人必戱。

시를 짓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은 말과 뜻이 둘 다 아름다움을 얻는 일이다 머금은 뜻이 참으로 깊으면 씹을수록 맛이 더욱 순수하고 뜻은 섰으나 말이 매끄럽지 못하면 껄끄러워 그 뜻이 가지 못한다 그 가운데 뒤로 미룰 것은 아로새겨 곱게 꾸미는 일일 뿐 곱게 꾸밈을 어찌 반드시 물리치랴 그것도 자못 정신을 쓰는 일이다 다만 꽃만 움켜쥐고 그 열매를 버리니 그래서 시의 본뜻을 잃는다 요즈음 짓는 이들은 「풍(風)」과 「아(雅)」의 뜻을 생각하지 않고 겉을 꾸미고 단청을 빌려 한때의 기호에 맞기만 구한다 뜻은 본디 하늘에서 얻는 것이라 갑작스레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얻기 어려움을 헤아리고는 그 때문에 곱고 사치스러움만 일삼는다 이것으로 남의 눈을 어지럽혀 뜻이 모자람을 가리려 한다 이런 버릇이 점점 굳어져 이 글의 도가 땅에 떨어지려 하는데 이백과 두보가 다시 나지 않으니 누구와 더불어 참과 거짓을 가리랴 내가 무너진 터를 쌓으려 하나 한 삼태기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 「시」 삼백 편을 외운들 어디에서 풍자에 보탬이 되랴 홀로 가는 것도 괜찮다 하겠으나 외로이 부르면 남들이 반드시 비웃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