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밥에 맑은 술과 흰밥을 금한다는 나라의 영을 듣고聞國令禁農餉淸酒白飯
長安豪俠家。珠貝堆如阜。舂粒瑩如珠。或飼馬與狗。碧醪湛若油。霑洽童僕咮。是皆出於農。非乃本所受。假他手上勞。妄謂能自富。力穡奉君子。是之謂田父。赤身掩短褐。一日耕幾畝。才及稻芽靑。辛苦鋤稂莠。假饒得千鍾。徒爲官家守。無何遭奪歸。一介非所有。乃反掘鳧茈。飢仆不自救。除却作勞時。何人餉汝厚。所要賭其力。非必愛爾口。粲粲白玉飯。澄澄綠波酒。是汝力所生。天亦不之咎。爲報勸農使。國令容或謬。可矣卿與相。酒食猒腐朽。野人亦有之。每飮必醇酎。游手尙如此。農餉安可後。
장안의 힘 있고 호기로운 집들은 구슬과 조개가 언덕처럼 쌓였네 찧은 쌀알이 구슬처럼 빛나는데 더러는 말과 개에게 먹이네 푸른 막걸리는 기름처럼 걸쭉하여 아이 종의 주둥이까지 흠뻑 적시네 이는 모두 농사에서 나온 것이지 본디 제가 받은 것이 아니네 남의 손의 수고를 빌려 놓고 제 힘으로 넉넉해진 줄 망령되이 말하네
힘써 거두어 윗사람을 받드니 이를 일러 농부라 하네 벗은 몸을 짧은 베옷으로 가리고 하루에 몇 이랑을 가는가 겨우 볏싹이 푸를 만하면 쓰라리게 가라지를 김매네 설령 천 종(鍾)을 얻는다 한들 한갓 관가를 위해 지킬 뿐이네 어느새 빼앗겨 돌아오면 한 톨도 제 것이 아니네 도리어 올방개를 캐다가 주려 쓰러져도 스스로 구하지 못하네
힘써 일할 때를 빼고 나면 누가 너에게 후하게 먹이랴 바라는 바는 그 힘을 얻자는 것이지 반드시 네 입을 아껴서가 아니네 눈부신 흰 옥 같은 밥과 맑디맑은 푸른 물결 같은 술은 바로 네 힘에서 난 것이니 하늘도 그것을 허물하지 않네
권농사(勸農使)에게 알리노니 나라의 영이 혹 그릇되었을 수 있네 경(卿)이며 상(相)들이야 그렇다 치자 술과 밥이 남아 썩도록 물리네 시골 사람에게도 그것이 있어 마실 때마다 반드시 진한 술이네 놀고먹는 손도 오히려 이러한데 농사꾼 밥을 어찌 뒤로 미루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