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2

병을 다스린 시理病詩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215자 · 낭독 2.1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予自去秋八月三十日。被病如丹毒者。至今凡一百三十有餘日矣。衆醫畀藥無效。偶用俚俗所言。取海水浴之。是夜便不癢。而如硬沙者皆去。因作詩。遍告衆醫。令愧之。

내가 지난 가을 팔월 그믐날부터 단독(丹毒) 같은 병을 앓아 지금까지 모두 백서른 날 남짓이 되었다. 여러 의원이 준 약이 효험이 없었는데, 우연히 민간에서 하는 말을 따라 바닷물을 떠다 몸을 씻었다. 그날 밤으로 곧 가렵지 않고 굳은 모래 같던 것이 다 없어졌다. 이에 시를 지어 여러 의원에게 두루 알려 부끄럽게 한다.

협주 1

幷序

서문을 아울렀다.

去秋八月晦。紅粟被渾體。如丹復非丹。匪疥眞如疥。爬梳味甚佳。梳罷酸痛倍。痛定成硬沙。色似濃墨灑。癢發又難忍。㧓作微汁潰。須臾還痱㿔。何異蝦蟆背。比如衆小人。初以甘言快。笑刀藏其中。覆爲君子害。謁醫皆不效。棄置無可奈。偶聞俚俗言。鹹水取於海。一浴癢立除。再浴體淸泰。迺知世上醫。爲術一何昧。不及靈胥濤。餘威猶可賴。遙向伍大夫。頓首敢再拜。濟人苟如此。忠憤庶可解。

지난 가을 팔월 그믐에 붉은 좁쌀 같은 것이 온몸에 돋았네 단독 같으나 단독은 아니요 옴은 아니나 참으로 옴 같았네 긁을 때는 맛이 몹시 좋으나 긁고 나면 쓰라림이 배로 더하네 아픔이 가라앉으면 굳은 모래처럼 되고 빛깔은 짙은 먹을 뿌린 듯하네 가려움이 도지면 또 견디기 어려워 긁으면 진물이 조금 터져 나오네 이내 다시 좁쌀 같은 것이 돋으니 두꺼비 등과 무엇이 다르랴 견주자면 뭇 소인과 같아 처음에는 단 말로 상쾌하게 하다가 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도리어 군자를 해치네 의원을 찾아도 다 효험이 없어 내버려 둔 채 어찌할 수 없었네 우연히 민간에서 하는 말을 듣고 짠물을 바다에서 떠 왔네 한 번 씻으니 가려움이 곧 없어지고 두 번 씻으니 몸이 맑고 편안해졌네 이제야 알겠네 세상의 의원들이 의술에 어찌 그리 어두운지를 오자서(伍子胥)의 신령한 물결만도 못하니 그 남은 위엄을 오히려 믿을 만하네 멀리 오자서 대부(伍大夫)를 향하여 머리를 조아려 감히 두 번 절하네 사람 구제함이 진실로 이러하다면 충심의 분함도 거의 풀릴 만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