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3

아들과 조카에게 보이다示子姪長短句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28자 · 낭독 1.2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可憐此一身。死作白骨朽。子孫歲時雖拜塚。其於死者亦何有。何况百歲之後家廟遠。寧有雲仍來省一迴首。前有黃熊啼。後有蒼兕吼。古今墳壙空纍纍。魂在魂亡誰得究。靜坐自思量。不若生前一杯濡我口。爲向子姪導。吾老何甞溷汝久。不必擊鮮爲。但可勤置酒。紙錢千貫奠觴三。死後寧知受不受。厚葬吾不要。徒作摸金人所取。

가련하다 이 한 몸 죽으면 흰 뼈가 되어 썩으리라 자손이 철마다 무덤에 절한들 죽은 이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하물며 백 년 뒤에는 사당도 멀어지리니 어찌 먼 후손이 와서 한 번 돌아보기나 하랴 앞에서는 누런 곰이 울부짖고 뒤에서는 푸른 외뿔소가 으르렁대네 예나 지금이나 무덤은 부질없이 줄줄이 늘어섰으나 넋이 있는지 없는지 누가 밝히랴 고요히 앉아 스스로 헤아리니 살아서 한 잔 술로 내 입을 적시는 것만 못하네

그래서 아들과 조카에게 일러 두노라 내가 늙었다 하여 너희를 오래 괴롭힌 적이 있더냐 좋은 고기를 잡아 올릴 것은 없다 다만 부지런히 술이나 차려 다오 종이돈 천 관에 잔 셋을 올린들 죽은 뒤에 받는지 못 받는지 어찌 알랴 두터운 장사는 나는 바라지 않네 한갓 무덤 파는 자들이 가져갈 것을 만들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