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3

삶이 싫어 읊다猒生吟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10자 · 낭독 2.1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口中常吐猒世辭。手端頻作猒生詩。面上猶形猒生態。行止動作一如之。有客不知誰氏子。突然造我仍詰疑。貪生忌死是物情。微至蠅蚊同此志。子言猒生似不誠。果是誠言是何理。我言爾豈知我意。吉人知足是所貴。男兒作相信難矣。完名得退亦不易。七十懸車斯謂終。終則可言能事已。假令此身得強康。留之奚爲又奚俟。何况病與老相攻。十日八九居病裏。世情淡薄滋味窮。徒有空身差苦耳。人間翻覆亦未知。知有何變生不意。安心謝去此其時。儻可得生淸勝地。君知勝地是何處。紫雲紅霧三天是。如今未免造物欺。其生其死隨所使。

입으로는 늘 세상이 싫다는 말을 뱉고 손끝으로는 자주 삶이 싫다는 시를 짓네 얼굴에도 삶이 싫은 기색이 드러나고 가고 서고 움직이는 것이 한결같이 그러하네 어떤 손이 있어 뉘 집 아들인지 모르나 불쑥 나를 찾아와 이렇게 캐물었네 살기를 탐하고 죽기를 꺼리는 것이 만물의 정이라 작게는 파리와 모기에 이르도록 이 뜻이 같은데 그대가 삶을 싫다 하는 말은 참되지 않은 듯하오 참으로 참된 말이라면 그것은 무슨 이치요

나는 말하였네 그대가 어찌 내 뜻을 알랴 좋은 사람은 넉넉함을 아는 것이 귀한 일이네 사내가 재상이 되는 것도 진실로 어렵거니와 이름을 온전히 하고 물러나기도 또한 쉽지 않네 일흔에 벼슬을 내려놓는 것을 마침이라 하니 마쳤으면 할 일을 다하였다 할 만하네 가령 이 몸이 굳세고 성하다 한들 머물러 무엇을 하며 또 무엇을 기다리랴 하물며 병과 늙음이 서로 치고 들어 열흘이면 여드레 아흐레를 병 속에 있음에랴 세상 정은 담박해지고 사는 맛은 다하여 한갓 빈 몸만 남아 괴로울 뿐이네 사람 사는 일이 뒤집히는 것도 알 수 없으니 뜻하지 않은 무슨 변고가 생길 줄 어찌 알랴 마음 놓고 하직하기에는 지금이 그때이니 혹 맑고 좋은 땅에 날 수 있을까 하네 그대는 좋은 땅이 어디인 줄 아는가 자줏빛 구름 붉은 안개 낀 신선의 하늘이 그곳이네 이제도 조물의 속임을 벗어나지 못하니 살고 죽는 것을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