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3

지당화地棠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20자 · 낭독 2.3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少年狂蕩好尋花。已矣如今奈老何。眼昏猶未分五色。看紅認紫轉成訛。我家園畔一席地。有花黃色知何似。依俙初作薔薇見。有人導却世號地棠是。百花開了天始閑。此花方萼欲待何人看。我方拭目更貪翫。恨不處以留春迎日爽塏辟塵之瑤壇。急欲邀君趁未零。愧無綠醑樽中盈。妍妍眞有仙子態。安知不向閬風蓬島鍾其精。黜此嬌姿那有人。唯昔唐皇好忌不肯親。子獨根尋古事喚舊名。花若欣然帶笑新。我性本不喜間色。縱有緋丹皆欲斥。中庸如子始可有。是花君家曷不曾容植。賴有吾詩十四韻。賭得繪章摸狀一何迅。雌黃潤色添花價。坐令御留翻被擯。

젊어서는 미친 듯 방탕하여 꽃 찾기를 좋아했는데 다 지났네 이제 늙었으니 어이하랴 눈이 어두워 다섯 빛깔조차 가리지 못하고 붉은 것을 보고 자줏빛이라 여겨 자꾸 그르치네 우리 집 뜰 가 자리 하나만 한 땅에 누런 꽃이 있는데 무엇과 닮았는지 알겠는가 어렴풋이 처음에는 장미인가 보았더니 어떤 이가 일러 주기를 세상에서 지당(地棠)이라 부르는 것이 이것이라 하네 온갖 꽃이 다 피고 나서야 하늘이 비로소 한가한데 이 꽃은 이제야 꽃받침을 벌리니 누구를 기다려 보이려는가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탐내어 즐기면서 봄을 머물게 하고 해를 맞으며 시원하고 높아 티끌을 물리치는 옥 단에 두지 못한 것이 한스럽네 시들기 전에 어서 그대를 부르고 싶은데 동이에 푸른 술이 가득하지 못한 것이 부끄럽네 곱고 고와 참으로 신선의 자태가 있으니 낭풍산(閬風山)과 봉래섬(蓬萊)에서 그 정기를 모아 온 것이 아닌 줄 어찌 알랴 이 어여쁜 자태를 내치다니 그럴 사람이 어디 있으랴 오직 옛날 당나라 임금이 꺼리기를 좋아하여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네 그대만이 옛일을 뿌리까지 찾아 옛 이름을 불러 주니 꽃이 기쁜 듯 새로 웃음을 띠었네 내 성품은 본디 섞인 빛깔을 좋아하지 않아 다홍이든 붉은빛이든 모두 물리치려 하네 그대처럼 치우치지 않아야 비로소 둘 만하니 이 꽃을 그대 집에서는 어찌 일찍이 심어 두지 않았는가 다행히 내 시 열네 운이 있어 그림 같은 글을 얻어 모습을 그려 냄이 어찌 그리 빠른가 글을 고쳐 다듬어 꽃값을 더하니 앉아서 어류화(御留花)로 하여금 도리어 내쳐지게 하였네

협주 1

君詩。據唐皇故事言。此花本地棠。唐皇水命忌黃色。於醮壇去之。故改曰黜壇。則李君所言。小同大異。

그대의 시는 당나라 임금의 옛일에 기대어 말하였다. 이 꽃은 본디 지당인데, 당나라 임금이 물의 운명이라 누른빛을 꺼려 초제 단에서 물리쳤으므로 이름을 출단(黜壇)이라 고쳤다는 것이다. 이군(李君)이 말한 것과는 조금 같고 크게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