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읊은 산호정 모란 시에 차운하다次韻諸君所賦山呼亭牡丹
內殿山呼亭。有牡丹盛開。賦之者多矣。幾至百首。予亦聞之。次韻和成九首。奉寄殿主內道場天其僧統。
내전 산호정(山呼亭)에 모란이 한창 피어 이를 읊은 이가 많아 거의 백 수에 이르렀다. 나도 그 말을 듣고 차운하여 아홉 수를 지어, 전각의 주인인 내도량 천기 승통(天其僧統)에게 받들어 부친다.
협주 2
幷序
서문을 함께 붙였다.
一時名士大夫皆賦之。
한때의 이름난 선비와 사대부가 모두 이를 읊었다.
三月千花鬪白丹。滿城香轂擁街欄。那知禁殿無雙艶。只許詩仙第一看。露重尙憐啼怨淚。日炎深恐損粧顔。托根幸是僧棲地。折獻何妨佛亦觀。
삼월에 천 가지 꽃이 희고 붉음을 다투고 성안 가득 향기로운 수레가 거리 난간을 에웠네 어찌 알았으랴 대궐의 짝 없는 고움을 오직 시 짓는 신선에게만 첫째로 보게 할 줄을 이슬이 무거워 우는 듯 원망의 눈물이 어여쁘고 볕이 뜨거워 단장한 얼굴 상할까 깊이 걱정하네 뿌리내린 곳이 다행히 중이 사는 땅이니 꺾어 바친들 부처께 보이기로 무엇이 방해되랴
花葉相依映碧丹。香風披拂玉階欄。莫嫌西子芳魂在。未害支郞道眼看。卯酒十分醺滿臉。燕脂一顆抺渾顔。等閑蜂蝶應欺我。虛度靑春尙未觀。
꽃과 잎이 서로 기대어 푸르고 붉게 비치고 향기로운 바람이 옥섬돌 난간에 헤쳐 부네 서시(西施)의 꽃다운 넋이 깃들었다고 싫어 말게 지도림(支道林)의 도 닦은 눈으로 보기에 해롭지 않네 아침 술이 흠씬 올라 뺨에 가득하고 연지 한 덩이를 온 얼굴에 발랐네 무심한 벌과 나비는 나를 비웃으리라 푸른 봄을 헛되이 보내고 아직 보지 못했으니
年年依舊臉猶丹。堪笑王郞係檻欄。好殿百般花色發。何殊萬喚妓兒看。紅酥葩上微留捻。綠玉叢間半翳顔。莫學登伽侵戒體。高僧已入定中觀。
해마다 예대로 뺨이 아직 붉으니 난간에 매인 것이라던 왕랑(王郞)이 우습네 좋은 전각에 온갖 꽃빛이 피었으니 기생 아이를 만 번 불러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붉고 보드라운 꽃잎 위에 집은 자국이 살짝 남고 푸른 옥 같은 떨기 사이에 얼굴을 반쯤 가렸네 마등가(摩登伽)가 계율의 몸을 범하던 것을 배우지 말게 높은 중은 이미 선정에 들어 보고 있네
협주 1
王軒詠牡丹詩云。芳華日已盛。檻欄豈長存。
왕헌(王軒)의 「모란」 시에 「꽃다움이 날로 이미 성하나 난간인들 어찌 길이 남으랴」 하였다.
委曲誰裁繡萼丹。畏人攀折已施欄。欲將繪句彫章狀。細撥重葩複蘂看。早是花王元少敵。獨於天子要承顔。果能副爾芳心望。玉色時時許特觀。
굽이굽이 누가 수놓은 붉은 꽃받침을 말라 내었나 사람이 잡아 꺾을까 두려워 이미 난간을 둘렀네 그림 같은 글귀와 아로새긴 글로 그 모습을 그리려고 겹진 꽃과 겹친 꽃술을 자세히 헤쳐 보네 본디 꽃의 임금이라 애초에 맞설 것이 적으니 오직 천자에게만 얼굴을 받들려 하네 과연 네 꽃다운 마음의 바람에 맞출 수 있다면 옥 같은 임금 얼굴이 때때로 특별히 보기를 허락하시리
經年養得色深丹。可喜枝齊文許欄。縱有畫工描未似。須呼國色較相看。嬌多似吐玲瓏語。眠重猶餘媚嫵顔。遙挹風流心已醉。情鍾如我不須觀。嫵
해를 지나 길러 빛이 짙붉어지니 가지가 가지런히 난간에 어울려 기쁘네 그림 그리는 이가 있어도 비슷하게 그리지 못하리니 모름지기 나라의 미인을 불러 견주어 보아야겠네 아리땁기 그지없어 영롱한 말을 뱉을 듯하고 졸음이 무거워도 오히려 아양 떠는 얼굴이 남았네 멀리서 그 풍류를 떠 마셔도 마음이 이미 취하니 나처럼 정이 쏠린 이는 보지 않아도 되겠네
협주 1
文許欄 — 저본 글자가 깨진 자리로 보아 앞뒤가 통하게 읽었다. 다른 판본과 맞대어 볼 자리다. ― 옮긴이
宋紫姚黃豈及丹。可憐妃子醉憑欄。問渠若是留情待。雖老猶堪拭眼看。映沼自成臨鏡笑。隈林還作隔帷顔。沈香態度今如在。須喚花甎舊客觀。
송씨네 자줏빛도 요씨네 누른빛도 어찌 이 붉음에 미치랴 어여뻐라 양귀비(楊貴妃)가 취하여 난간에 기댄 듯하네 묻노니 네가 이처럼 정을 두고 기다린다면 늙었어도 오히려 눈을 씻고 볼 만하네 못에 비쳐서는 절로 거울 앞에 웃는 모습이 되고 숲에 기대어서는 도로 휘장 너머 얼굴이 되네 침향정(沈香亭)의 자태가 이제도 그대로 있는 듯하니 꽃벽돌 밟던 옛 나그네를 불러다 보게 해야겠네
薄薄纖羅厚染丹。千紅羞澁定隈欄。細思天巧那輕折。但護仙姿約重看。爲被玉皇迴笑面。苦遭宮女妬嬌顔。白頭猶有風情在。却問明年儻可觀。
엷디엷은 고운 비단에 짙게 붉은 물을 들였으니 온갖 붉은 꽃이 부끄러워 난간 모퉁이에 숨네 하늘의 솜씨를 곰곰 생각하면 어찌 가벼이 꺾으랴 다만 신선 같은 자태를 지켜 거듭 보기를 기약하네 옥황(玉皇)이 웃는 얼굴을 돌린 바 되니 궁녀들이 그 어여쁜 얼굴을 시샘하는 것을 괴로이 겪네 흰머리에도 오히려 풍정이 남아 있어 도리어 묻노니 내년에도 볼 수 있으려나
협주 1
樂天詩。蕙慘隈攔避。
백낙천(白樂天)의 시에 「혜초는 참담하여 난간 모퉁이로 피한다」 하였다.
願使花含不死丹。萬春長擁玉宸欄。紫葩那與紅葩敵。新殿休論舊殿看。好事風謀供舞態。無情雨自退酡顔。地親上苑花姚魏。正合潛公眼底觀。
바라건대 꽃으로 하여금 죽지 않는 단약을 머금게 하여 만 봄토록 길이 대궐 난간을 안게 하고 싶네 자줏빛 꽃이 어찌 붉은 꽃과 맞서랴 새 전각을 두고 옛 전각을 견주어 말하지 말게 일 좋아하는 바람은 춤추는 자태를 짓게 하고 무정한 비는 절로 붉은 얼굴을 물러나게 하네 땅이 상림원에 가까워 요황·위자 같은 꽃이니 바로 잠공(潛公)의 눈 아래 두고 보기에 맞갖네
협주 1
舊京山呼。有紫牡丹。予甞賦之。
옛 서울 산호정에 자줏빛 모란이 있어 내가 일찍이 이를 읊었다.
天愛嬌姿過與丹。錦房霞萼混彤欄。身如未遽爲鸎去。夢亦何妨化蝶看。若得暫明儒老眼。不須更較貴妃顔。我衰堪賦淸平調。無路親陪御幸觀。
하늘이 그 어여쁜 자태를 사랑해 붉은빛을 지나치게 주었으니 비단 방과 노을 같은 꽃받침이 붉은 난간에 섞였네 몸이 얼른 꾀꼬리 되어 날아가지 못한다면 꿈에 나비가 되어 본들 무엇이 방해되랴 잠시라도 늙은 선비의 눈을 밝게 할 수 있다면 다시 양귀비의 얼굴과 견줄 것 없네 나는 쇠하였어도 「청평조(淸平調)」를 지을 만하건만 임금의 행차를 모시고 볼 길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