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3

이 평장사가 모란 시에 다시 화답해 부쳐 온 것에 차운하다次韻李平章復和牡丹詩見寄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5 · 한자 287자 · 낭독 3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伏承盛作。辭語愈益妍麗。反覆吟詠不已。謹復和成四首。奉呈左右。此詩賦者多矣。莫不窮侈極靡。予恐溺於奢淫。故於第三第四篇。反之於正。亦詩人風雅之意也。

훌륭한 작품을 삼가 받으니 말이 더욱 곱고 아름다워 거듭거듭 읊기를 그치지 못하였습니다. 삼가 다시 화답하여 네 수를 지어 좌우에 받들어 올립니다. 이 시를 읊은 이가 많은데 사치와 화려함을 다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저는 사치와 음탕함에 빠질까 두려워 셋째·넷째 편에서는 이를 바른 데로 돌렸으니, 이 또한 시인의 풍아한 뜻입니다.

협주 1

四首○幷序

네 수다. ○ 서문을 함께 붙였다.

幾人彫句極鉛丹。應被姚生嘔却欄。詩老登壇誰與抗。詞臣閣筆盡羞看。不於國色曾留意。肯向名花巧倣顔。我導非公詞獨妙。吳娃越艶慣相觀。

몇 사람이나 글귀를 다듬어 붉은 먹을 다하였던가 요생(姚生)에게 난간에서 구역질을 당할 만하네 시의 노장이 단에 오르니 누가 맞서랴 글하는 신하들이 붓을 덮고 모두 보기를 부끄러워하네 일찍이 나라의 미인에게 마음을 두지 않았던들 이름난 꽃에 그 얼굴을 교묘히 본뜰 수 있었으랴 내가 이르노니 공이 아니면 글이 이토록 묘하지 못하리 오나라 미녀와 월나라 미인을 늘 보아 온 터일세

협주 3

姚嵓傑。狂士也。與盧肇唱和。肇吟一聯。傑憑欄嘔噦曰。凭欄一嘔。已覺喉空。

요암걸(姚嵓傑)은 미친 선비다. 노조(盧肇)와 시를 주고받았는데, 노조가 한 연을 읊자 요암걸이 난간에 기대어 구역질하며 「난간에 기대 한 번 게웠더니 벌써 목구멍이 빈 듯하다」 하였다.

公未登第。

공은 아직 과거에 오르지 않았다.

公稍有花柳之興。故云。

공에게는 꽃과 버들의 흥이 조금 있으므로 이렇게 말하였다.

詩人豈但矚霞丹。無限深情寄一欄。未及臉潮醺欲遍。已將肝錦炤相看。流年不駐紅紅面。好句唯留眄眄顔。若欠醉翁當日詠。殿前嬌艶後誰觀。

시인이 어찌 노을 같은 붉은빛만 바라보랴 끝없이 깊은 정을 난간 하나에 부치네 뺨에 술기운이 두루 퍼지기도 전에 이미 비단 같은 간담을 비추어 서로 보네 흐르는 세월은 홍홍(紅紅)의 얼굴에 머물지 않고 좋은 글귀만이 곁눈질하던 얼굴을 남기네 만일 취옹(醉翁)의 그날 읊조림이 없었다면 전각 앞 어여쁜 꽃을 뒷날 누가 보랴

협주 2

右一○專言公之盡情於此花。

위는 첫째 수다. ○ 오로지 공이 이 꽃에 정을 다한 것을 말하였다.

妓名張紅紅。

기생의 이름이 장홍홍(張紅紅)이다.

憶昔西施醉頰丹。吳王殿裏倚紅欄。似聞隨得鴟夷去。何事今於鳳闕看。坐爾巧讒難解語。尙餘舊習好矜顔。吾皇勤儉稀遊幸。付與遊人自在觀。

생각하니 옛날 서시(西施)가 취해 뺨이 붉어 오나라 임금의 전각 안에서 붉은 난간에 기댔었지 치이자(鴟夷子)를 따라갔다고 들은 듯한데 어쩐 일로 이제 봉황 대궐에서 보는가 네가 교묘히 참소하던 탓에 말을 알아듣기 어렵고 아직도 옛 버릇이 남아 얼굴 자랑하기를 좋아하네 우리 임금은 부지런하고 검소해 놀이 나들이가 드무니 노니는 사람에게 맡겨 마음대로 보게 하네

협주 2

右二○言詩人模狀之妙。

위는 둘째 수다. ○ 시인이 모습을 그려 낸 묘함을 말하였다.

王軒牡丹詩。西子巧讒魂。

왕헌(王軒)의 「모란」 시에 「서시의 교묘히 참소하던 넋」이라 하였다.

年年何似此時丹。往日人空今日欄。暫可醉同賓友賞。不須栽到子孫看。但聞豪宅誇姚魏。未信妖姿誤孔顔。莫問數苞猶在否。任渠留待舍人觀。

해마다 어찌 이때의 붉음만 하랴 지난날 사람은 비고 오늘 난간만 남았네 잠시 취하여 손과 벗과 함께 즐길 뿐 자손에게까지 이르도록 심어 두고 볼 것은 없네 호화로운 집에서 요황·위자를 자랑한다는 말은 들었어도 요사스러운 자태가 공자와 안연을 그르쳤다고는 믿지 않네 몇 송이가 아직 남았는지 묻지 말게 저 꽃이 사인(舍人)을 기다려 보게 하도록 맡겨 두네

협주 5

右三○此篇反正。

위는 셋째 수다. ○ 이 편은 바른 데로 돌렸다.

韓公牡丹詩。今日欄邊。

한공(韓公)의 「모란」 시에 「오늘 난간 가」라 하였다.

羅鄴牡丹詩云云。

나업(羅鄴)의 「모란」 시에 그렇게 말하였다.

古人牡丹詩云。顔巷安貧欠買錢。

옛사람의 「모란」 시에 「안연의 골목에서 가난을 편히 여기니 살 돈이 없다」 하였다.

右四○上同

위는 넷째 수다. ○ 위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