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4

박 학사가 앞 시에 두루 화답하고 몸소 찾아와 준 것에 또 차운하다又次韻朴學士揔和前詩。親訪見贈。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7 · 한자 216자 · 낭독 2.4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4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1첫째 수

二老相將暫見過。笑予池廢付羣蛙。適來旋去緣何事。爲欠靑蛾勸酒歌。

두 늙은이가 서로 이끌고 잠깐 들렀다가 못을 버려두어 개구리 떼에 맡겼다고 나를 웃네 왔다가 곧 가 버린 것은 무슨 까닭인가 술 권하며 노래할 고운 사람이 없어서라네

협주 2

今朝與李學士。同訪旋去。留之不得。

오늘 아침에 이 학사와 함께 찾아왔다가 곧 가 버려 붙들지 못하였다.

兩君笑予不理池塘。予答曰。熱則入浴。何以侈爲。

두 분이 내가 못을 손질하지 않는다고 웃기에, 내가 더우면 들어가 멱을 감으면 그만이지 어찌 사치를 부리랴 하고 답하였다.

2둘째 수

肉食當年分已過。豈同韓老稍烹蛙。邇來亦屛腥膻物。舊癖難除只醉歌。

고기 먹던 그 시절의 분수는 이미 지났으니 어찌 한유(韓愈) 늙은이가 개구리를 삶던 것과 같으랴 요즈음은 비리고 누린 것도 물리치고 옛 버릇은 없애기 어려워 다만 취해 노래할 뿐이네

협주 1

邇來不嗜肉食。

요즈음은 고기 먹기를 즐기지 않는다.

3셋째 수

李老遐孫鬢亦華。靑牛猶未渡流沙。愧予空嗜忘憂物。羡子長携解語花。二事尋常如得際。兩翁歡樂各何加。更聞隣有彈箏手。垂柳陰中蘇小家。

노자(老子)의 먼 후손도 귀밑털이 세었건만 푸른 소는 아직 유사(流沙)를 건너지 못하였네 부끄러워라 나는 부질없이 근심 잊는 것만 즐기고 부럽구나 그대는 늘 말 알아듣는 꽃을 데리고 다니네 이 두 가지를 예사로이 함께 얻을 수 있다면 두 늙은이의 즐거움에 무엇을 더하랴 다시 들으니 이웃에 쟁 잘 타는 이가 있다는데 늘어진 버들 그늘 속 소소(蘇小)의 집이라네

협주 1

右二首初訪詩

위 두 수는 처음 찾아왔을 때의 시이다.

4넷째 수

家有倡兒始學箏。我如久假大無情。但期置酒頻相喚。與聽朱絃落玉聲。

그대 집 기생아이가 이제 막 쟁을 배운다는데 내가 오래 빌려 두면 참으로 무정하리라 다만 술자리를 벌이고 자주 불러 주기를 바라니 함께 붉은 줄에서 옥 같은 소리 떨어지는 것을 들으세

협주 2

右一首○乞菊詩韻。今公所述。不以菊。予亦順之。

위는 한 수이다. 국화를 청한 시의 운인데, 이제 공이 지은 것은 국화를 말하지 않았으므로 나도 그것을 따랐다.

君妓今未工於箏。

그대의 기생은 아직 쟁에 익숙하지 못하다.

5다섯째 수

書生不必事琴箏。只箇吟詩愜雅情。自別哀絃何遣憫。時吹林葉當笳聲。

글하는 이가 굳이 거문고와 쟁을 일삼을 것 없고 다만 시를 읊는 것이 맑은 정에 맞네 애달픈 줄과 헤어진 뒤로 답답함을 어이 풀랴 때때로 숲의 잎을 불어 젓대 소리를 대신하네

6여섯째 수

檀拍常交碎。花裙慣對翻。一來殘叟手。似作怨咨言。

박달 박자판은 늘 어우러져 부서지듯 울렸고 꽃무늬 치마는 마주하여 뒤집기에 익숙하였으리 한 번 쇠잔한 늙은이의 손에 오고는 원망하는 말을 하는 듯하네

협주 1

右二首還琴詩

위 두 수는 가야금을 돌려보내며 지은 시이다.

7일곱째 수

何用區區鳳髓連。本施園客繭絲絃。一聲尙足寬愁緖。孤負前期我不然。

어찌 구구하게 봉황 골수 아교로 줄을 잇겠는가 본디 원객(園客)의 고치실로 줄을 매었네 한 소리만으로도 시름을 풀기에 넉넉하니 앞서의 기약을 저버리는 일을 나는 하지 않으려네

협주 3

本期絃盡。則加絃還之。然絃亦不絶。故不爾。

본디 줄이 다하면 줄을 더하여 돌려주기로 기약하였으나, 줄이 끊어지지 않았으므로 그리하지 않았다.

君復送琴。予以前期不受。

그대가 다시 가야금을 보냈으나 나는 앞서의 기약대로 받지 않았다.

右上同

위는 앞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