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4

정 비감이 먹으로 그린 대 네 줄기를 그리고 앞 시에 아울러 화답해 보내 준 것에 차운하다次韻丁秘監寫墨竹四榦。兼和前詩來贈。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5 · 한자 152자 · 낭독 1.7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4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1서문

昨冒恥。以硬牋乞墨竹。公笑不受。特以金粉紙掃四榦。兼和前詩。親訪見貺。不勝榮荷。復次韻四首奉寄。

어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뻣뻣한 종이로 먹으로 그린 대를 청하였더니, 공이 웃으며 받지 않고 특별히 금가루 종이에 네 줄기를 쳐 주었다. 아울러 앞 시에 화답하여 몸소 찾아와 주시니 영광스럽고 고마움을 이기지 못하겠다. 다시 차운하여 네 수를 지어 받들어 부친다.

협주 1

幷序

서문을 아울러 싣는다.

2첫째 수

淡黃金紙薄雲輕。掃出森然碧玉莖。何必鮫人絹似雪。從今亦貴楮先生。

옅은 누른 금빛 종이가 엷은 구름처럼 가벼운데 빽빽한 푸른 옥 줄기를 쳐 내었네 어찌 굳이 눈처럼 흰 교인(鮫人)의 비단이라야 하랴 이제부터는 닥종이 선생(楮先生)도 귀하게 되리라

3둘째 수

千金墨畫已非輕。更貺淸詩響六莖。願以明公心竹出。移之賢祖腹松生。

천금 같은 먹그림도 이미 가볍지 않은데 다시 맑은 시를 주시니 「육경(六莖)」의 울림 같네 바라건대 명공의 마음에서 대를 내어 어진 조상의 뱃속에서 솔이 돋던 자리로 옮기시라

4셋째 수

一莖露重一風輕。老硬尤憐飽雪莖。還有新筠已離立。似嫌人導是旁生。

한 줄기는 이슬이 무겁고 한 줄기는 바람이 가볍고 늙고 굳센 것은 눈을 배불리 맞은 줄기가 더욱 어여쁘네 또 새 대가 있어 이미 따로 서 있으니 곁에서 난 것이라고 사람들이 이르는 것을 싫어하는 듯하네

협주 1

露竹風竹老竹新竹。

이슬 맞은 대, 바람 맞은 대, 늙은 대, 새 대이다.

5넷째 수

此君爭肯入毫輕。必待通身作竹莖。竹是君身君是竹。歲寒一節共平生。

이 대가 어찌 붓끝에 가벼이 들어오려 하랴 반드시 온몸이 대 줄기가 되기를 기다리네 대가 곧 그대의 몸이요 그대가 곧 대이니 추운 시절의 한 마디 절개를 한평생 함께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