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5

맨드라미가 동산에 가득 한창 피어 여름부터 늦가을에 이르니, 사랑하여 읊고 이어 이백전 학사에게 함께 읊기를 청하다雞冠花滿苑盛開。自夏至秋季。愛而賦之。仍邀李百全學士同賦。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17자 · 낭독 1.2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5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花於曠地似或慳。開擅一園眞盛矣。百花開謝只春夏。憐渠涉夏入秋季。何人始作雞冠呼。高髻鮮紅無柰似。我疑昔者有鬪雞。忽逢強禦至必死。朱冠赤幘濺血落。錦繡離披紛滿地。物靈不共泥壤朽。直作芳華誇釅紫。雞▣▣▣▣▣▣▣▣▣態尙自爾。臨風掀擧好昂頭。又欲與敵相奮跂。宜哉去汝驕矜心。但可勤開邀賞耳。

빈 땅에 꽃이 피기를 아끼는 듯하더니 한 동산을 차지하여 피니 참으로 한창이구나 온갖 꽃은 피고 지는 것이 봄과 여름뿐인데 너는 여름을 건너 늦가을에 드니 가엾고 사랑스럽네 누가 처음 닭볏이라 불렀는가 높은 상투가 붉어 견줄 데가 없네 나는 의심하노니 옛날에 싸움닭이 있어 문득 억센 상대를 만나 죽기에 이르렀던가 붉은 볏과 붉은 두건에 피가 뿌려 떨어지고 비단 수가 찢겨 어지러이 땅에 가득하였네 그 넋이 진흙과 함께 썩지 않아 바로 꽃다운 꽃이 되어 짙은 자줏빛을 자랑하네 닭 □□□□□□□□□ 모습이 오히려 절로 그러하네 바람을 맞아 치켜들고 머리를 곧추세우기를 좋아하니 또 적과 더불어 떨쳐 일어서려 하네 마땅하구나 너의 교만한 마음을 버려라 다만 부지런히 피어 보러 오기를 맞을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