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7

이 시랑이 화답해 온 다섯 수에 차운하여 일곱 수로 답하다次韻李侍郞見和五首。予以七首答之。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7 · 한자 588자 · 낭독 5.9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想君方對兩三莖。猶愛尖尖撲地生。明日廻看荷葉大。方秋已拾玉膏輕。知公自惜無雙味。餉我應須第一成。非鵠非鷄能伏卵。不魚不肉尙宜羹。暫通灰焰熏猶可。微帶泥痕洗必精。要且邀來開劇飮。卽於前貺頗塡平。

생각건대 그대는 지금 두세 줄기를 마주하고 뾰족뾰족 땅을 밀고 나온 것을 사랑하겠지 내일 돌아보면 연잎만큼 커지고 가을이 되면 벌써 가벼운 옥 기름을 줍겠네 공이 둘도 없는 맛을 스스로 아끼면서도 내게 보낼 때는 으뜸으로 여문 것을 골랐음을 아네 고니도 닭도 아니면서 알을 품을 줄 알고 물고기도 고기도 아니면서 국으로 마땅하네 잿불에 잠깐 쬐어 구워도 좋고 진흙 자국이 조금 남았어도 씻으면 깨끗하네 아무래도 모셔다가 실컷 술자리를 벌여 앞서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메워야겠네

挼藍染葉玉删莖。初若艱生旋易生。賴是地腴功轉速。假如土瘠養何輕。莫言始入秋排出。却認多更月孕成。我老偏憐蔬適口。人看應訝卵投羹。須知外有團圓殼。決是中凝混沌精。久不訪之翻貺物。從今連到卽心平。

쪽을 비벼 잎을 물들이고 옥으로 줄기를 깎은 듯한데 처음엔 나기 어려운 듯하더니 곧 쉽게 나네 땅이 기름진 덕에 공이 더욱 빠르니 만약 흙이 메말랐다면 기르기가 어찌 쉬웠으랴 가을에 들어서야 밀고 나온다 말하지 마오 여러 달을 품어 여문 것임을 알아야지 나는 늙어 입에 맞는 나물이 유난히 사랑스러운데 남들은 알을 국에 던졌나 의아해하리 알아야 하리, 밖에는 둥근 껍질이 있고 안에는 혼돈(混沌)의 정기가 엉겨 있음을 오래 찾지 않더니 도리어 물건을 보내 주시니 이제부터 잇달아 오면 마음이 편하겠네

협주 1

天地如雞子曰混沌

하늘과 땅이 달걀 같은 것을 혼돈이라 한다.

我本難知養出莖。甚時栽了甚時生。方從濯濯琳條直。已到離離玉實輕。君自好仁多隱德。物猶知感喜繁成。中廚若欲調眞味。熾火當須作定羹。小必地中和碎璧。大應天上應圓精。明年不死如無恙。傾橐宜求沃野平。

나는 본디 줄기를 길러 내는 법을 알기 어려워 언제 심고 언제 나는지도 모르네 이제 막 말끔한 옥 가지가 곧게 섰는가 했더니 벌써 주렁주렁 가벼운 옥 열매에 이르렀네 그대는 어짊을 좋아하여 숨은 덕이 많으니 사물도 감동할 줄 알아 기꺼이 많이 여무는 것이네 부엌에서 참맛을 고르려 한다면 불을 세게 지펴 마땅히 국을 제대로 끓여야지 작은 것은 땅속에서 부서진 옥에 섞였을 것이고 큰 것은 하늘 위 둥근 정기에 응한 것이리 내년에도 죽지 않고 탈이 없거든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기름진 들을 구해야겠네

庭下休栽竹數莖。自諳老境幾何生。如玆時菜猶堪種。都爲慵奴未遽輕。唯羨君園能得養。坐看秋實自然成。忽分膩滑敎充膳。何必鮮腥始辦羹。好味但知嘗了過。方經何暇講來精。若言有栗視千戶。此亦堪觀一等平。

뜰 아래 대 몇 줄기 심지 마라 늘그막에 얼마나 더 살지 스스로 아네 이런 제철 나물이라면 그래도 심을 만한데 모두 게으른 종 탓에 선뜻 손대지 못하네 다만 그대 밭이 잘 기를 수 있음이 부러워 앉아서 가을 열매가 절로 여무는 것을 보네 문득 매끄러운 것을 나누어 반찬을 채우게 하니 어찌 비린 것이라야 국을 마련하랴 좋은 맛은 그저 맛보고 지나칠 줄만 알 뿐 갓 지나갔으니 어느 겨를에 정밀히 따지랴 밤나무가 있어 천 호에 견준다고 말한다면 이것도 한 등급으로 볼 만하네

협주 1

來詩云

보내온 시에 그렇게 말하였다.

要防兒輩折新莖。凡草猶難足踏生。趁得秋天良甚愛。雖云菜物詎能輕。只應自有神潛護。不爾那將力便成。富屋莫嫌充上味。肥僧寧或啖鮮羹。魁能連小侔騈拇。卵必藏深嗇內精。益氣補脾何更問。有遭蜂螫借渠平。

아이들이 새 줄기를 꺾을까 막아야 하고 여느 풀도 발에 밟히면 살아나기 어렵네 가을을 만나니 참으로 몹시 사랑스러워 나물이라 한들 어찌 가벼이 여기랴 다만 신령이 있어 가만히 지켜 주는 것이지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힘만으로 이루어지랴 넉넉한 집에서도 좋은 맛으로 올리기를 싫어하지 마오 살진 중이 어찌 비린 국을 먹으랴 큰 덩이가 작은 것을 달고 있어 붙어 난 발가락 같고 알은 반드시 깊이 감추어 속의 정기를 아끼네 기를 돋우고 지라를 보함을 다시 물어 무엇하랴 벌에 쏘인 이가 있거든 이것을 빌려 가라앉히게 하네

人人好自食柔莖。冬亦和鹽爛革生。葉貴貪收乾必用。卵宜作種蓄難輕。知君於物偏能化。有地何年未輒成。本爲豪飡依子宅。豈期窮巷落吾羹。但聞人號爲蔬美。敢導吾曾命物精。若作純圓看體滑。些些癭處削堪平。

사람마다 부드러운 줄기 먹기를 즐기고 겨울에는 소금에 절여 질긴 것도 물러지게 하네 잎은 귀하니 거두어 말려 두면 반드시 쓰이고 알은 씨로 삼아야 하니 쌓아 두기 가볍지 않네 그대가 사물을 잘 길러 냄을 아니 땅만 있으면 어느 해인들 여물지 않으랴 본디 배불리 먹으려면 그대 집에 기대야 하는데 어찌 궁벽한 골목 내 국에 떨어질 줄 기약했으랴 남들이 나물 가운데 아름답다 부르는 것만 들었는데 내가 일찍이 좋다고 이른 물건이라 감히 내세우랴 온전히 둥근 것으로 보면 몸이 매끄럽고 조금씩 혹진 데는 깎아 내면 고르게 되네

君奴非必引抽莖。何事脩條給給生。未待勤培方苯䔿。偶然坐享此圓輕。雖因世素終須出。初忌人知密爾成。我把手麾令作饌。堪欺指動末嘗羹。廚夫汝莫慵調味。食物吾猶不猒精。得則飡之無則否。若然心意自能平。

그대의 종이 반드시 줄기를 뽑아 늘인 것도 아닌데 어찌하여 긴 줄기가 부쩍부쩍 자라는가 부지런히 북돋기를 기다리지 않고도 무성하니 우연히 앉아서 이 둥글고 가벼운 것을 누리네 본디 있던 것이라 끝내는 나오게 마련이나 처음에는 남이 알까 꺼려 은밀히 여물었네 나는 손을 저어 반찬을 만들라 이르니 손가락은 움직였어도 국은 맛보지 못한 이를 속일 만하네 부엌 사람아, 게을리 간을 맞추지 마라 먹을 것은 내가 아직도 정한 것을 싫어하지 않네 있으면 먹고 없으면 그만이니 그러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