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7

이 시랑이 다시 화답해 오기에 차운하다次韻李侍郞復見和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7 · 한자 587자 · 낭독 6.1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箇中莫有滑於莖。截作聲何咽澁生。卵不從禽猶愛喫。玉非抵鵲柰投輕。尙疑新向林巢得。未信元依土穴成。每到午天宜代菓。何專子日貶爲羹。憑他天地雖凝氣。孰是雌雄遣構精。瓚老啖時應語子。會須行秉宰衡平。

그 가운데 줄기보다 매끄러운 것은 없으니 잘라 낼 때 어찌 목메듯 껄끄러운 소리가 나랴 알이 새에게서 난 것이 아닌데도 즐겨 먹고 옥을 까치에게 던질 것도 아닌데 어찌 이리 가벼이 보내셨는가 아직도 새 둥지에서 갓 얻어 온 것인가 싶고 본디 흙 구멍에서 여문 것이라 믿기지 않네 한낮이 되면 과일을 대신할 만한데 어찌 굳이 국으로만 낮추어 보랴 저 하늘과 땅에 기대어 기운이 엉겼다지만 무엇이 암수가 되어 정기를 얽게 하였는가 나찬(懶瓚) 선사가 토란을 먹을 때 그대에게 말하였으리 머지않아 재상의 저울을 잡게 되리라고

협주 2

七首

일곱 수.

易曰男女構精也

「주역」에 남녀가 정기를 얽는다고 하였다.

學圃先須種芋莖。秋來捃實當嘉生。蔬能代穀從來重。玉不充飢對爾輕。數斛播收千斛滿。幾家仰賴一家成。箇翁要喫宜盈釜。外客頻來莫頡羹。栗殼毛攢開未穩。薯根皮褁削方精。渾骨▣直唯斯耳。物性猶堪號坦平。

밭일을 배우려면 먼저 토란 줄기를 심어야지 가을에 열매를 주우면 좋은 소출이 되네 나물이 곡식을 대신할 수 있어 예로부터 귀했고 옥은 주림을 채우지 못하니 너에 견주면 가볍네 몇 섬을 뿌려 천 섬을 거두어 채우니 몇 집이 한 집의 소출에 기대어 사네 이 늙은이가 먹으려면 솥에 가득해야 하니 바깥 손이 자주 오더라도 국을 아끼지 마오 밤송이는 털이 모여 있어 벗기기 수월찮고 마 뿌리는 껍질에 싸여 깎아야 깨끗하네 온 몸뚱이가 □ 곧은 것은 오직 이것뿐이니 그 성질을 너르고 평평하다 부를 만하네

此應曾不約於莖。何俟莖繁趁逐生。散似雨泡跳已沒。轉如晴雹落還輕。銀釵股穩頭渾露。璞玉肌全體祕成。蒸瓠呼鵝聞古事。擷蔬名卵是新羹。季秋我得呑空費。寒食人看鏤必精。縱受君傳裁養法。其如踡跼地難平。

이것은 일찍이 줄기와 약속한 적이 없으니 어찌 줄기가 무성하기를 기다려 따라 나겠는가 흩어지기는 빗방울 거품이 튀었다 곧 사라지는 듯하고 구르기는 갠 날 우박이 떨어지듯 가볍네 은비녀 다리처럼 반듯하여 머리가 온통 드러나고 박옥처럼 살결이 온전해 몸이 은밀히 여물었네 박을 쪄서 거위라 부른 옛일을 들었는데 나물을 뜯어 알이라 이름하니 이것은 새 국이네 늦가을에 내가 얻어 헛되이 삼켜 버렸고 한식에 남들은 새겨 놓은 것을 보며 정교하다 하네 그대에게서 심어 기르는 법을 전해 받았다 한들 웅크릴 땅조차 고르지 못한 것을 어찌하랴

협주 1

君詩備言裁養之法

그대의 시에 심어 기르는 법을 갖추어 말하였다.

莫言此是出蔬莖。必畜雞鵝孕得生。不用罄驅腸底去。略須留弄掌中輕。摶膏作餠形難似。輥雪爲毬狀未成。貺可直宜和以豉。古猶相尙饋之羹。宛同羊角抽初茁。敢譬猪肪截未精。爲問湘中無此否。可憐憔悴楚臣平。

이것이 나물 줄기에서 나온 것이라 말하지 마오 반드시 닭이나 거위를 길러 품어야 나는 줄 알겠네 창자 밑까지 몰아 비울 것도 없고 조금은 남겨 손바닥에서 가벼이 놀려야지 기름을 뭉쳐 떡을 만들어도 모양이 닮기 어렵고 눈을 굴려 공을 만들어도 그 꼴이 되지 않네 보내 주신 것은 바로 메주에 섞음이 마땅하고 옛날에도 서로 국을 보내기를 높였네 완연히 양의 뿔이 처음 돋는 것 같으니 감히 돼지비계를 서투르게 썬 것에 견주랴 묻노니 상강(湘江) 가에는 이것이 없는가 가엾구나, 초췌하던 초나라 신하 굴평(屈平)이여

慣矣尋常見葉莖。誰知此粲隱而生。珠聯一貫投猶感。瓊實千枚受可輕。鼠壤無蔬心久嘆。雞窼擬卵笑猶成。孫弘相漢嫌重肉。孔聖居陳未糝羹。得此吾猶稱曰美。任他人辨未云精。因思幷設陶陶飮。與子同飡意始平。

늘 잎과 줄기는 익히 보아 왔으나 이 빛나는 것이 숨어서 자랄 줄 누가 알았으랴 구슬을 한 꿰미로 꿴 듯 보내 주시니 감격스럽고 옥 같은 열매 천 낱을 받으니 어찌 가벼우랴 쥐 파먹은 땅에 나물이 없어 오래 한탄하였는데 닭 둥지의 알에 견주니 웃음이 절로 나네 공손홍은 한나라 정승이 되고도 고기반찬을 둘씩 놓지 않았고 공자는 진나라에 계실 때 국에 쌀알도 넣지 못하셨네 이것을 얻고 나는 그래도 아름답다 일컫나니 남들이 정밀하지 않다 따져도 내버려 두네 이로 인해 함께 차려 놓고 거나하게 마시며 그대와 같이 먹었으면 마음이 비로소 편하겠네

君非不識植蓮莖。待見珠圓實自生。有水有池方可蒔。充蔬充食亦云輕。不如暫忍園夫憊。坐得無窮地寶成。岷下若常收芋種。吳中何更憶菰羹。葵稱鴨脚元難稱。苽號龍蹄亦豈精。爭似此唯眞肖卯。也無廉角一般平。

그대가 연 줄기 심을 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구슬처럼 둥근 열매가 절로 나기를 기다려야 하네 물이 있고 못이 있어야 비로소 심을 수 있고 나물로 밥으로 채우기에는 또한 가볍네 잠시 밭지기의 고단함을 참게 하여 앉아서 끝없는 땅속 보배를 얻느니만 못하네 민산 아래에서 늘 토란 씨를 거두었다면 오(吳) 땅의 줄풀국을 다시 생각할 것 있으랴 아욱을 오리 발이라 부름은 본디 걸맞지 않고 외를 용의 발굽이라 함도 어찌 정확하랴 어찌 이것이 참으로 알을 닮은 것만 하랴 모난 데가 없이 한결같이 고르네

園菜何曾自秀莖。要憑培壅始能生。定應君宅從天賜。毋借人功拔地輕。必也他年居燮理。卽於何物莫財成。似公無恡均分味。在右誰嫌未政羹。此物飽聞能補氣。吾詩割去幾勞精。從今我亦藏餘勇。非是爭鋒却敵平。

밭 나물이 어찌 절로 줄기를 빼겠는가 북돋아 주어야 비로소 날 수 있네 필시 그대 집은 하늘이 내려 준 것이라 사람의 공을 빌리지 않고도 땅에서 쉽게 솟네 반드시 뒷날 나라를 고르게 다스리는 자리에 있으면 어떤 물건인들 마름하여 이루지 못하랴 공처럼 아낌없이 맛을 고루 나누어 주면 곁에 있는 누가 국을 고르게 하지 못했다 탓하랴 이것이 기를 보한다는 말은 실컷 들었는데 내 시는 깎아 내느라 얼마나 정기를 수고롭게 했던가 이제부터 나도 남은 용기를 감추리니 칼끝을 다투어 적을 물리치려는 것이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