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8

이 시랑이 지은 여자아이들 시에 다시 차운하다復次韻李侍郞所著女童詩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315자 · 낭독 3.4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舊習猶存。餘興未盡。復作此詩。然未宜再黷於令公邸下。亦不忍棄之。寄示首唱閣下而已。

옛 버릇이 아직 남아 있고 남은 흥이 다하지 않아 다시 이 시를 짓는다. 그러나 영공 저하께 거듭 더럽혀 올리는 것은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차마 버리지도 못하여 처음 읊으신 합하께 부쳐 보일 뿐이다.

협주 1

幷序

서문을 아울렀다.

異饌皆如冬設苽。高堂迎客擁彫戈。日開勝集侵昏罷。時引親賓度夜多。紅茜衣噴熏席麝。絳紗籠護拂燈蛾。宴酣不必占朝暮。興逸何妨跨臘儺。滿座無非傾國色。侑杯那欠遏雲歌。最憐童女三三箇。擘出蓮花一一窠。若作人間誰倣此。不繇仙降定從何。呼來叫窱深房密。抱送光華畫閣峨。口吸洞簫同裂玉。手敲方響似舂波。輕輕自結便身佩。窄窄誰裁稱足靴。始萼小梅開暖岸。初茸芳草秀春坡。自渠生解風流品。倒却從前爛熟娥。要見柳腰敎緩舞。欲觀桃頰勸微酡。裙拖綺幅霞翻暈。衫皺綾紋水蹙渦。猶與阿孃長共寢。有何隣客被投梭。忽趨紫殿升長樂。直到靑天躡大羅。尙候上心能警悟。況將外態少蹉跎。恒娥必愧空奔月。織女當慙也渡河。是日公顔應喜悅。連霄御面賜溫和。笑哉白首閑居老。舊習猶存再詠哦。

별난 음식은 모두 겨울에 차린 오이 같고 높은 집에서 손을 맞으며 새긴 창을 벌여 세웠네 날마다 좋은 모임을 열어 어스름이 들어야 파하고 때로 가까운 손을 이끌어 밤을 지새우기 잦네 붉게 물들인 옷은 자리에 밴 사향을 뿜고 붉은 깁 등롱은 등불에 드는 나방을 막아 주네 잔치가 무르익으면 아침 저녁을 가릴 것 없고 흥이 넘치면 섣달 나례를 넘긴들 어떠랴 자리에 가득한 이가 나라를 기울일 미색 아님이 없고 잔을 권하는데 어찌 구름을 멈추는 노래가 빠지랴 가장 어여쁜 것은 삼삼이 모인 여자아이들 연꽃을 쪼개어 하나하나 꽃받침을 낸 듯하네 사람 세상에서 지어 낸다면 누가 이를 본뜨겠는가 신선이 내려온 것이 아니라면 정녕 어디서 왔겠는가 불러오니 그윽한 방은 깊고 은밀하고 안아 보내니 빛나는 그림 누각이 높다랗네 입으로 퉁소를 부니 옥을 쪼개는 소리 같고 손으로 방향(方響)을 치니 물결을 찧는 듯하네 가볍게 스스로 매어 몸에 맞는 노리개를 찼고 좁다랗게 누가 말랐는가, 발에 맞는 신이로다 처음 꽃받침 맺은 작은 매화가 따뜻한 언덕에 피고 갓 돋은 고운 풀이 봄 언덕에 빼어나네 저들은 나면서부터 풍류의 품격을 알아 여태 익을 대로 익은 기녀들을 되레 넘어뜨리네 버들 허리를 보려고 천천히 춤추게 하고 복사꽃 뺨을 보려고 조금 취하기를 권하네 치마는 비단 폭을 끌어 노을이 무리 지어 뒤집히는 듯 적삼은 능라 무늬가 주름져 물이 소용돌이를 지은 듯 아직도 어미와 늘 함께 자니 무슨 이웃 손이 있어 베틀 북에 맞을 일이 있으랴 문득 붉은 대궐로 나아가 장락궁(長樂宮)에 오르고 곧장 푸른 하늘에 이르러 대라천(大羅天)을 밟네 게다가 임금의 마음까지 살펴 곧 알아차리니 하물며 겉으로 하는 몸짓이야 조금도 어긋남이 없음에랴 항아(恒娥)는 반드시 부끄러우리라, 부질없이 달로 달아난 것이 직녀도 마땅히 부끄러우리라, 은하를 건너는 것이 이날 공의 얼굴은 응당 기뻐하셨고 밤을 이어 임금의 낯빛이 온화함을 내리셨네 우습구나, 흰머리로 한가히 사는 늙은이가 옛 버릇이 아직 남아 다시 읊조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