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정월 초하루辛丑正旦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花山第十春。辛丑陬月旦。人應賀新正。奔集塡閭閈。歲月周復始。剖判已來慣。常事不須賀。是賀信浮誕。我悲舊歲闌。不喜新年換。曾不與韶顔。醞作老醜漢。賀本賀人喜。未聞賀所嘆。但欣風日和。氣色空中漫。草木含芳意。啼鳥弄微暖。今年作詩幾。飮酒又幾醆。生死猶未知。細事安足算。
강화의 열 번째 봄 신축년 정월 초하루일세 사람들은 응당 새해를 하례하려 달려 모여 마을 문을 메우네 세월이 한 바퀴 돌아 다시 시작하는 것은 하늘과 땅이 갈린 뒤로 이미 익은 일 늘 있는 일은 하례할 것이 없으니 이 하례야말로 참으로 허황된 것일세 나는 묵은 해가 다한 것이 슬프고 새해로 바뀌는 것이 기쁘지 않네 새해는 도무지 젊은 얼굴은 주지 않고 빚어서 늙고 추한 사내를 만들었네 하례란 본디 사람의 기쁨을 하례하는 것 탄식하는 바를 하례한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네 다만 바람과 날씨가 화창한 것이 기쁘고 기운은 공중에 부옇게 퍼지네 풀과 나무는 꽃다운 뜻을 머금고 우는 새는 옅은 따뜻함을 희롱하네 올해에는 시를 몇 편이나 짓고 술은 또 몇 잔이나 마실까 죽고 사는 것도 아직 알지 못하니 자잘한 일을 어찌 헤아릴 것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