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을 마주하고 우연히 읊어 긴 시 스물여섯 운을 얻어 운각의 이 학사 수, 추부의 하 낭중 천단, 내성의 이 기거 순목에게 받들어 부치다對春雪偶吟。得長句二十六韻。奉寄芸閣李學士需,秋部河郞中千旦,內省李起居淳牧。
肩束那堪堆屋曉。夢酣不覺打窓宵。但知地上高低積。休問空中巨細飄。掩戶初聞聲屑屑。卷簾方見色瀌瀌。臘前要白今何用。春際交寒定孰驕。有興直揮詞筆狀。無心欲作畫屛描。梅園正好和新萼。麥壟偏工潤槁苗。微點袖端融旋滅。迫來簷畔去還遙。塡卑已遣凹成凸。破瞑尋敎暮作朝。東郭行時全露足。祖師立處正齊腰。橫縱種玉因田畝。頃刻開花賴樹條。癡女誤疑投粉屑。漁翁乍恐起銀潮。鬪相掁觸何曾讓。舞或徘徊好自嬌。絮幸同形成巧況。蘭能儷曲放長謠。早聞作賦由梁苑。何必吟詩獨㶚橋。富宅猶將華燭㸑。窮廚方拾濕薪燒。虛庭巧貯重羅麪。坦路平鋪一色綃。風自西來東正蕩。日從南炤北先消。洒鬚添却棼絲裊。傍眼兼他幻翳搖。洛邑問袁猶自臥。剡溪訪戴是誰招。遊兒手冷團還擲。醉客喉噍嚼便澆。若校深房閑擁火。忍聞幽徑有擔樵。適遭孤竹能先折。詎改貞松本後凋。爲問官人鞭凍馬。何如閑老襲重貂。晨雲混合光渾暗。夕吹騰凌氣斗饒。不待新晴須急掃。及爲流沫可勝漂。此時唯有王孫第。羅綺香中吸洞簫。
어깨를 움츠린들 새벽에 집 위로 쌓인 것을 어찌 견디랴 꿈이 깊어 밤에 창을 때리는 줄도 몰랐네 다만 땅 위에 높고 낮게 쌓인 것만 알 뿐 공중에 크고 잘게 날린 것은 묻지 마오 문을 닫으니 처음에는 사각사각 소리만 들리고 발을 걷으니 바야흐로 펑펑 쏟아지는 빛이 보이네 섣달 전에 희기를 바랐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 봄철에 추위가 섞이니 정녕 누가 뽐내는 것인가 흥이 나면 곧바로 붓을 휘둘러 그려 내고 무심히 그림 병풍의 묘사를 지어 보네 매화 동산에는 마침 새 꽃받침과 어울리기 좋고 보리 이랑에는 유달리 마른 싹을 잘 적시네 소매 끝에 잘게 점 찍히면 녹아 곧 스러지고 처마 가에 닥쳐왔다가 가는 것은 다시 아득하네 낮은 데를 메워 이미 우묵한 곳을 볼록하게 만들고 어둠을 깨뜨려 이내 저녁을 아침으로 만드네 동곽(東郭) 선생이 다닐 때에는 발이 온통 드러났고 조사(祖師)가 서 계시던 곳에서는 바로 허리에 가지런하였네 가로세로 밭이랑을 따라 옥을 심고 잠깐 사이에 나뭇가지를 빌려 꽃을 피우네 어리석은 딸은 분가루를 뿌린 줄 잘못 알고 고기잡이 늙은이는 잠깐 은빛 물결이 일까 두려워하네 다투어 서로 부딪칠 때는 언제 양보한 적 있던가 춤추며 때로 머뭇거리니 절로 어여쁘네 버들개지는 다행히 모양이 같아 교묘한 견줌을 이루고 난초는 곡조에 짝할 수 있어 긴 노래를 풀어 놓네 일찍이 부(賦)를 지은 것은 양원(梁苑)에서 비롯되었다 들었으니 어찌 반드시 파교(㶚橋)에서만 시를 읊으랴 넉넉한 집에서는 오히려 화려한 촛불로 불을 때고 가난한 부엌에서는 바야흐로 젖은 땔감을 주워 때네 빈 뜰에는 교묘히 거듭 친 밀가루를 쌓아 두었고 평탄한 길에는 한 빛깔 흰 비단을 고르게 폈네 바람이 서쪽에서 오니 동쪽이 한창 흔들리고 해가 남쪽에서 비치니 북쪽이 먼저 녹네 수염에 뿌려지면 헝클어진 실이 하늘거림을 더하고 눈가에 스치면 헛것에 가린 듯 흔들림까지 겹치네 낙읍(洛邑)에서 원안(袁安)을 찾으니 그는 그대로 누워 있었고 섬계(剡溪)로 대규(戴逵)를 찾아간 것은 누가 부른 것이던가 노는 아이들은 손이 시리면서도 뭉쳐서는 도로 던지고 취한 손은 목이 컬컬하면 씹어서 곧바로 축이네 만약 깊은 방에서 한가로이 불을 끼고 있음에 견준다면 그윽한 오솔길에 나무 지고 가는 이가 있음을 차마 들으랴 마침 외로운 대를 만나면 먼저 꺾을 수 있으나 어찌 곧은 솔이 본디 뒤늦게 시드는 것을 바꾸랴 묻노니, 언 말에 채찍질하는 벼슬아치가 한가한 늙은이가 두툼한 갖옷을 껴입은 것과 어떠한가 새벽 구름과 뒤섞이면 빛이 온통 어둡고 저녁 바람에 날아오르면 기세가 자못 넉넉하네 새로 개기를 기다리지 말고 서둘러 쓸어야 하리 흘러내리는 거품이 될 때면 떠내려감을 어찌 견디랴 이때에 오직 왕손의 집만이 있어 비단과 향기 속에서 퉁소를 부네
협주 2
見束晢麪賦
속석(束晳)의 「면부(麪賦)」에 보인다.
無心欲作畫屛描 — 앞줄의 有興과 맞세워 「마음이 없으면 그림 병풍을 그리려 해도 되지 않네」로 읽기도 한다. 원문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 없어 무심히 그려 본다는 쪽으로 옮겼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