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8

이 시랑 수와 하 낭중 천단이 화답해 온 데 차운하다次韻李侍郞需,河郞中千旦見和。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539자 · 낭독 5.6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昨承兩學士見和。卽和成藁本。以起居郞和詩未到。未敢寫寄。昨因李侍郞見訪。索其藁觀之。明日。又和一首寄之。侍郞所和。如是之頻。而猶以郞詩未到爲辭。而久自默然耶。因和一首。寄于兩君。但於末添四句爲三十韻者。非好勇也。蓋詩中狀雪才周而未悉陳仰慕三君思與同賞之意故爾。請同示起居郞。

어제 두 학사가 화답해 온 것을 받고 곧 화답하여 원고를 이루었으나, 기거랑의 화답 시가 아직 이르지 않은 까닭에 감히 써서 부치지 못하였다. 어제 이 시랑이 찾아온 김에 그 원고를 찾아 보더니, 이튿날 또 한 수를 화답하여 부쳐 왔다. 시랑의 화답이 이처럼 잦은데, 그래도 기거랑의 시가 오지 않았음을 핑계 삼아 오래 잠자코 있겠는가. 그래서 한 수를 화답하여 두 분께 부친다.

다만 끝에 네 구를 더하여 서른 운으로 삼은 것은 용맹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시 가운데 눈을 그린 것은 겨우 두루 하였으나, 세 분을 우러러 사모하여 함께 보고 싶은 뜻을 다 펴지 못한 까닭일 뿐이다. 기거랑에게도 함께 보여 주기 바란다.

협주 1

幷序

서문을 아울렀다.

倚欄貪翫垂侵暮。欹枕猶聞便入宵。疑是雨遭寒所化。不然夏有雪猶飄。臘天餘凜居然壯。陽氣方乘尙爾瀌。去地漸高牛可沒。觸途皆凍馬難驕。無簦自任渾身冒。有粉予猶信手描。好拂靑筠憐有節。休尋黃獨嘆無苗。庭塡恐遣層階沒。路礙尋敎尺步遙。屬此擁爐閑坐夕。笑曾霑弁早衙朝。粧臺正妬施鉛面。舞館全欺束素腰。尙有黠狐迷失穴。何言飢雀困尋條。狂於隋岸三春絮。壯似錢塘八月潮。衰叟較嗟絲鬢亂。美人羞掩玉顔嬌。不思倡妓携同賞。唯憶詩朋與共謠。平陸人愁融作水。枯槎我已斷爲橋。興來王子催舟泛。臥久焦生任屋燒。滿苑一時敷浪蕊。長籬萬里掛輕綃。功深剪刻宜堪久。性欠堅貞易自消。必爾墮來仍靜着。被誰留弄尙閑搖。若嫌靴墊渠何出。縱被衣濡是自招。風卷不須長帚掃。日烘差勝沸湯澆。凍醪難暖催求炭。柮木粗炊得代樵。足踐終成隨地滅。掌擎初重自天凋。年祥正屆先修廩。酒價尤高欲賣貂。對汝形姸吾已伏。較吾鬚皓汝還饒。遡陰先積何容釋。入水隨淪未暇漂。絃絶已諳難撫瑟。簧寒又可得吹簫。三君岐爽風神秀。一代飛掦藻翰超。爲問詞腸誰與瀉。各拘官事未相邀。矧伊殘老多蕭索。久矣幽居守寂寥。更待雪天當會遇。醉吟嘉景慰無聊。

난간에 기대어 탐내어 보다가 저물녘에 이르렀고 베개에 기대어도 오히려 소리가 들려 곧 밤으로 들었네 이것은 비가 추위를 만나 바뀐 것인가 싶으나 그렇지 않다면 여름에도 눈이 오히려 날리리라 섣달의 남은 추위가 그대로 굳세고 봄기운이 바야흐로 오르는데도 이처럼 퍼붓네 땅에서 점점 높아져 소가 묻힐 만하고 가는 길마다 다 얼어 말이 뽐내기 어렵네 우산이 없으니 온몸으로 뒤집어씀을 스스로 맡고 분이 있으니 나는 오히려 손 가는 대로 그려 보네 푸른 대를 떨어 주기 좋으니 마디 있음이 어여쁘고 누런 토란을 찾지 마오, 싹 없음을 탄식하리니 뜰이 메워져 층계가 묻힐까 두렵고 길이 막혀 한 자 걸음도 아득해졌네 이런 때에는 화로를 끼고 한가히 앉은 저녁이 좋고 일찍이 이른 관아 길에 갓을 적시던 일이 우습네 단장하는 경대는 분 바른 얼굴을 한창 시새우고 춤추는 집은 흰 비단 묶은 허리를 온통 속이네 오히려 약은 여우가 있어 굴을 잃고 헤매고 주린 참새가 가지 찾기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네 미치기로는 수(隋) 나라 언덕의 삼춘 버들개지 같고 굳세기로는 전당(錢塘)의 팔월 조수 같네 쇠한 늙은이는 실 같은 귀밑머리 헝클어짐을 견주어 탄식하고 미인은 부끄러워 옥 같은 고운 얼굴을 가리네 기녀를 데리고 함께 보기는 생각지 않고 오직 시 벗과 더불어 함께 노래하기를 생각하네 평지에서는 눈이 녹아 물이 될까 사람들이 근심하나 마른 등걸로 나는 이미 끊어 다리를 놓았네 흥이 나면 왕자유(王子猷)는 배를 띄우라 재촉하였고 오래 누워 초선(焦先)은 집이 타도 내버려 두었네 동산에 가득 한꺼번에 물결 같은 꽃술을 폈고 긴 울타리 만 리에 가벼운 비단을 걸었네 솜씨 깊이 오려 새겼으니 오래갈 만한데 성품이 굳고 곧지 못하여 절로 쉬이 스러지네 반드시 떨어져 내려와 그대로 고요히 붙고 누구에게 붙들려 희롱당하는지 아직도 한가로이 흔들리네 신이 젖는 것이 싫다면 그 사람은 어째서 나다녔는가 설령 옷이 젖더라도 그것은 스스로 부른 것일세 바람이 걷어 가니 긴 비로 쓸 것도 없고 볕이 쬐니 끓는 물을 붓는 것보다 낫네 언 술은 데우기 어려워 숯을 구하라 재촉하고 등걸나무로 거칠게 불을 때어 땔나무를 대신하네 발로 밟으면 마침내 땅을 따라 스러지고 손바닥에 받으면 처음에는 무겁다가 하늘에서 온 채로 시드네 풍년의 조짐이 마침 이르렀으니 먼저 곳간을 손질하고 술값이 더욱 높아 갖옷을 팔고 싶네 너의 고운 모습을 마주하니 나는 이미 굽혔고 내 수염 흰 것에 견주면 너는 도리어 넉넉하네 그늘을 거슬러 먼저 쌓이니 어찌 녹기를 바라며 물에 들어가면 따라 잠겨 떠내려갈 겨를도 없네 줄이 끊어진 것은 이미 알아 거문고 타기 어렵고 서가 얼었으니 또 퉁소를 불 수 있으랴 세 분은 남달리 시원하고 빼어나 풍채가 훤하고 한 시대에 날아올라 글솜씨가 뛰어나네 묻노니, 글 쓰는 속마음을 누구와 더불어 쏟으랴 저마다 관아 일에 매여 서로 부르지 못하네 하물며 이 쇠잔한 늙은이는 쓸쓸함이 많아 오래도록 그윽이 살며 고요함을 지켜 왔음에랴 다시 눈 오는 날을 기다려 마땅히 만나서 취하여 읊으며 좋은 경치로 무료함을 달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