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8

이 기거랑이 화답해 온 눈 시에 차운하여 곧 두 수를 지어 이 시랑과 하 낭중에게 아울러 보이다 — 또 한 수次韻李起居郞見和雪詩。卽和成二首。兼示李侍郞,河郞中。 又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420자 · 낭독 4.7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詳觀要必吟當晝。亘續何須墮向宵。夢罷想曾收寂寂。眼看依舊散飄飄。俄瞻汗漫紛無際。何忽蕭條少減瀌。應是東皇方用事。不敎北帝恣宣驕。幸因僕倦留難掃。忽倩人來曲自描。玉不地生何是璞。花從天到未曾苗。初來尙辨鷺飛近。漸合難分鴉去遙。認白錯諳猶臘月。無紅誰信是春朝。晢如姝媛猶藏面。頎若長人已陷腰。是處有家皆粉瓦。到頭無樹不琳條。寢房尋見膚生粟。飮席難敎臉浸潮。必倒稠堆觀體膩。詎將纖片覓姿嬌。幽蘭曲妙堪幷唱。黃竹歌哀不必謠。最喜氷漿盈渴井。偏愁畫彩掩華橋。莫疑陰屋流澌速。爲近炊廚有火燒。不獨崗巒包絮纊。至如土木裹縑綃。未遑足惜黏泥滅。奚暇追尋入海消。摶作跳毬堪蹴送。積爲層嶺莫掀搖。要於溫室當爐坐。除却親朋有酒招。擎傘莫逃橫入洒。障衫才免乍來澆。窮閻怪有晨昏㸑。脩路全稀往返樵。不待裂紈同扇皎。有何騁羽類霜凋。獵軍那督霑紅旆。說客應驚變黑貂。春月未三妖不摯。穀精兼五色先饒。方虞明日成流漲。姑置吾家患雨漂。剛猒寒威頻凍硯。試裁陽調協鳴簫。勿言堂庳全階沒。誰恃樓高越級超。只向臘前差可喜。自迎暄後不須邀。從敎滿地無虛缺。但怯塡空失泬寥。不是三君來問訊。袁安方臥竟何聊。

자세히 보려면 반드시 한낮에 읊어야 하리 잇달아 이어지는데 어찌 꼭 밤에만 떨어지랴 꿈에서 깨어 생각하니 일찍이 고요히 거두었더니 눈을 뜨고 보니 예전대로 흩날리고 있네 잠깐 보매 질펀하여 어지러이 끝이 없더니 어찌 문득 쓸쓸해져 퍼붓기를 조금 줄였는가 응당 봄의 신이 바야흐로 일을 맡아 겨울의 신이 제멋대로 뽐내지 못하게 한 것이리 다행히 종이 게을러 두고 쓸지 않은 덕분에 문득 사람을 청하여 굽이굽이 절로 그리게 하네 옥이 땅에서 나지 않았으니 어찌 박옥이며 꽃이 하늘에서 왔으니 일찍이 싹튼 적이 없네 처음 올 때는 그래도 해오라기가 가까이 나는가 가렸는데 점점 합쳐지니 까마귀가 멀리 가는 것도 가리기 어렵네 흰 것만 보고 아직 섣달인가 잘못 알고 붉은 꽃이 없으니 누가 이것이 봄 아침이라 믿으랴 희기는 고운 여인이 아직 얼굴을 감춘 듯하고 우뚝하기는 키 큰 사람이 이미 허리까지 빠진 듯하네 가는 곳마다 집이 있으면 모두 분 바른 기와요 이르는 곳마다 나무가 있으면 옥 아닌 가지가 없네 잠자는 방에서는 이내 살갗에 소름이 돋는 것을 보고 술자리에서도 뺨에 붉은 기운이 오르게 하기 어렵네 반드시 쓰러뜨려 두텁게 쌓아야 그 몸의 매끄러움을 보고 어찌 가느다란 조각으로 고운 자태를 찾으랴 「유란(幽蘭)」 곡조가 묘하니 아울러 부를 만하고 「황죽(黃竹)」 노래는 슬프니 굳이 읊을 것 없네 가장 기쁜 것은 얼음물이 마른 우물에 가득한 것이요 유독 근심스러운 것은 화려한 다리의 채색이 덮인 것일세 그늘진 집에서 성엣장이 빨리 흐를까 의심하지 마오 부엌이 가까워 불을 때는 것이 있으니 산등성이만 솜으로 감싼 것이 아니라 흙과 나무에 이르도록 고운 비단으로 쌌네 진흙에 붙어 스러지는 것을 아까워할 겨를도 없고 어느 틈에 바다에 들어 사라지는 것을 좇아 찾으랴 뭉치면 뛰노는 공이 되어 차 보낼 만하고 쌓이면 층진 재가 되어 흔들 수 없네 따뜻한 방에서 화로를 마주하고 앉음이 마땅하고 가까운 벗을 빼고는 술로 부를 이가 없네 우산을 받쳐도 비스듬히 들이침을 피하지 못하고 적삼으로 가려야 겨우 잠깐 끼얹는 것을 면하네 가난한 마을에 새벽 저녁으로 불 때는 것이 있음이 괴이하고 먼 길에는 나무하러 오가는 이가 아주 드무네 흰 비단을 찢어 부채의 흼과 견줄 것도 없고 무슨 깃을 펼쳐 서리에 시드는 것에 비기랴 사냥하는 군사가 어찌 붉은 깃발 적심을 재촉하며 유세하는 손은 응당 검은 갖옷이 바뀐 것에 놀라리 봄이 아직 석 달이 못 되어 요사함이 사납지 않고 곡식의 정기에 다섯 빛까지 겸하여 먼저 넉넉하네 바야흐로 내일 흘러넘칠까 근심하나 우선 우리 집이 비에 떠내려갈 걱정은 두어 두네 추위의 위세에 자못 싫증나 벼루가 자주 얼기에 시험 삼아 봄 가락을 지어 우는 퉁소에 맞추네 집이 낮아 층계가 온통 묻혔다 말하지 마오 누가 누각 높은 것을 믿고 등급을 넘어 뛰어오르랴 다만 섣달 전이라면 자못 기쁠 만한데 따뜻함을 맞은 뒤로는 부를 것이 없네 땅에 가득 빈 데가 없게 내버려 두지만 다만 빈 하늘을 메워 툭 트인 맑음을 잃을까 겁나네 세 분이 와서 안부를 묻지 않는다면 원안(袁安)이 바야흐로 누웠은들 마침내 무엇이 즐거우랴

협주 1

紀勝書曰。雪爲五穀之精。

「기승서(紀勝書)」에 이르기를 「눈은 오곡의 정기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