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9

이 시랑이 눈 시 회문에 거듭 화답한 데 다시 차운하다復次韻李侍郞重和雪詩廻文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420자 · 낭독 4.7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9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忙悤勢忽隨驚吹。杳遠聲宜洒靜宵。凰穴避全丹羽煥。鶴皐飛混白毫飄。墻垣補倍高層聳。陌畛鋪勻皓彩瀌。荒路凍妨行足捷。晚堂寒減醉情驕。狂童戲裏拳貪掬。妙匠心中手宛描。藏更出尖孤峙峀。縮尋成茁早生苗。張絲細細來多小。裊絮輕輕去邇遙。煌影要應看夜夜。婉姿憐欲見朝朝。粧塗土出鮮容態。壓倒林成曲背腰。忘出巷門迷塞徑。好尋園樹滿裝條。蝗埋旋覺曾淪壤。鵠沒渾疑始漲潮。陽長正宜收掩苒。暝侵將漸寢姸嬌。鴦廬梵室僧開閉。兔苑梁筵客詠謠。腸納暖漿煎茗椀。脚沈融汁履沙橋。涼衫拂曠仍閑掛。熾炭添新認猛燒。倉欠自驚空積粒。地盈方喜正堆綃。香梢鎖久何遲秀。暖岸侵多想急消。襄遣穢歸融渙渙。簸迎風付弄搖搖。章成快却君才騁。賞好規將我友招。霜雹儷渠知互凜。火煙銷汝反深澆。強丁選可因連獵。老僕煩令屢續樵。羊卽是兮均色粲。蝶爲誰也恨英凋。郞兒壯合擎鷹鷂。老叟衰便厚狢貂。囊罄已愁方酒斷。子呵頻愧尙棋饒。芳心斂到花開晚。冽氣收敎水作漂。長嘯偶裁新譜曲。穩調宜奏好笳簫。黃蘆折伏還深溺。翠檜低蒙更躐超。觴酌與同期爾覿。筆騰相敵又誰邀。祥年喜可紛歡謔。笑日圖將破寂寥。康且壽時方事樂。老中閑適足生聊。

바쁘고 총총한 기세가 문득 놀란 바람을 따르고 아득히 먼 소리가 고요한 밤에 뿌리기에 알맞네 봉황의 굴은 온통 피하여 붉은 깃이 빛나고 학의 언덕은 날아 뒤섞여 흰 털이 날리네 담장은 갑절이나 기워져 층층이 높이 솟고 두렁길은 고르게 깔려 흰빛이 퍼붓네 거친 길은 얼어 걸음 빠름을 방해하고 저물녘 집은 추워 취한 정의 뽐냄을 덜어 주네 미친 아이들 장난 속에는 주먹으로 움키기를 탐하고 묘한 장인의 마음속에는 손이 완연히 그려 내네 감추었다가 다시 뾰족이 내어 외로운 봉우리가 솟고 움츠렸다가 이내 싹을 이루어 일찍 움이 돋네 실을 펼쳐 가늘고 가늘게 오니 많고도 작으며 버들개지처럼 하늘거려 가볍게 가니 가깝고도 머네 반짝이는 그림자는 응당 밤마다 보아야 하고 고운 자태는 어여뻐 아침마다 보고 싶네 단장하여 바르니 흙에서 고운 모습이 나오고 눌러 넘어뜨리니 숲이 등과 허리를 굽히네 골목 문을 나서기를 잊으니 막힌 길에 헤매고 동산의 나무를 즐겨 찾으니 가지마다 가득 차렸네 메뚜기가 묻혔음을 이내 깨달아 일찍이 흙에 잠겼고 고니가 잠겼음을 온통 의심하여 비로소 조수가 불었나 하네 볕이 길어지니 바야흐로 흩날림을 거두어 가리기에 알맞고 어둠이 스미니 장차 점점 고운 자태가 잠드네 원앙 깃든 집과 절간에서는 중이 문을 여닫고 토끼 동산 양원(梁苑)의 자리에서는 손이 노래를 읊네 창자에 따뜻한 즙을 넣으려 차 사발을 달이고 다리가 녹은 즙에 잠겨 모래 다리를 밟네 서늘한 적삼은 떨어 비웠으니 그대로 한가로이 걸어 두고 이글거리는 숯은 새로 더하니 세차게 타는 줄 알겠네 곳간이 비어 절로 놀라니 쌓은 낟알이 없고 땅이 가득하여 바야흐로 기쁘니 흰 비단이 한창 쌓였네 향기로운 가지 끝이 오래 잠겼으니 어찌 빼어나기를 더디 하며 따뜻한 언덕에 많이 스몄으니 급히 스러지리라 생각되네 물이 불어 더러움을 씻어 보내니 녹아서 넘실거리고 까부르듯 바람을 맞아 맡기니 흔들흔들 희롱하네 글이 이루어져 시원하니 그대의 재주가 내달렸고 감상이 좋으니 내 벗을 불러 보려 하네 서리와 우박이 눈과 짝하니 서로 차가운 줄 알겠고 불과 연기가 눈을 녹이니 도리어 깊이 끼얹네 굳센 장정을 골라 쓸 만하니 잇달아 사냥을 가고 늙은 종을 번거로이 시켜 자주 나무를 잇대네 양이 곧 이것이니 빛깔이 고루 눈부시고 나비는 누구를 위함인가, 꽃이 시듦이 한스럽네 젊은이는 씩씩하여 매와 새매를 받들기에 알맞고 늙은이는 쇠하여 두툼한 담비 갖옷이 편하네 주머니가 비어 이미 근심하니 바야흐로 술이 끊겼고 그대가 꾸짖어 자주 부끄러우니 아직 바둑은 넉넉하네 꽃다운 마음이 거두어들여 꽃 피기가 늦고 매서운 기운이 거두어져 물이 흐르게 되네 길게 읊조리다 우연히 새 가락을 지어 내고 고른 가락은 좋은 피리와 퉁소로 아뢰기에 마땅하네 누런 갈대는 꺾여 엎드려 도리어 깊이 잠기고 푸른 노송나무는 낮게 덮여 다시 건너뛰네 잔을 함께 나누며 그대 만나기를 기약하고 붓을 날려 서로 맞서니 또 누구를 부르랴 상서로운 해가 기뻐 어지러이 즐거이 웃고 웃는 날로 장차 적막함을 깨뜨리려 하네 건강하고 또 수를 누리는 때에 바야흐로 즐거움을 일삼고 늙음 속에 한가롭고 넉넉하여 넉넉히 즐거움이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