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병이 오래 낫지 않는데 눈동자 가에 흰 막이 있다 하기에 탄식하며 짓다眼病久不理。人云瞳邊有白膜。因嘆之有題。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9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眼朗若明月。大抵如我小。瞳中反有膜。微礙如雲繞。醫云非龍腦。此病終莫療。處處求未得。數日憂悄悄。忽從貴門得。得之初喜笑。醫言此非眞。其形但相肖。畢竟難理歟。月蝕猶復皎。月者是神物。而我亦何較。殆成習注簿。臨死作斯貌。天若不終棄。儻復舊睛瞭。哀號但祈天。藥石非所要。
눈이 밝기가 밝은 달 같아 대개 나만 한 이가 드물었는데 눈동자 속에 도리어 막이 생겨 구름이 두른 듯 조금 가리네 의원은 용뇌(龍腦)가 아니면 이 병을 끝내 고치지 못한다 하네 여기저기 구해도 얻지 못해 며칠을 시름겨워했더니 문득 귀한 집에서 얻어 손에 넣고는 처음엔 기뻐 웃었네 의원이 말하기를 이것은 참것이 아니요 모양만 비슷할 뿐이라 하네 끝내 고치기 어려운가 달도 먹혔다가 다시 밝아지거늘 달은 신령한 물건이니 나를 어찌 견주랴 아마도 습주부(習注簿)처럼 되어 죽는 날까지 이 꼴이리 하늘이 만일 끝내 버리지 않으면 혹 옛날의 밝은 눈을 돌려주려나 슬피 부르짖어 하늘에 빌 뿐 약과 침은 바랄 바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