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읊다偶吟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9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無酒詩可停。無詩酒可斥。詩酒皆所嗜。相値兩相得。信手書一句。信口傾一酌。奈何遮老子。俱得詩酒癖。酒亦飮未多。未似詩千百。相逢迺發興。是意終莫測。由此病亦深。方死始可息。不唯我自傷。人亦以之責。
술이 없으면 시를 멈출 만하고 시가 없으면 술을 물리칠 만하네 시와 술을 다 즐기니 서로 만나면 둘 다 얻은 셈이라 손 가는 대로 한 구절을 쓰고 입 가는 대로 한 잔을 기울이네 어이하랴 이 늙은이가 시와 술 두 가지 버릇을 다 얻었네 술은 많이 마시지도 못하여 시가 천 편 백 편인 것과는 같지 않네 서로 만나면 흥이 일어나는데 이 뜻은 끝내 헤아릴 수 없네 이로 말미암아 병도 깊어져 죽어서야 비로소 그치리 나 스스로 상할 뿐 아니라 남들도 이것으로 나를 꾸짖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