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루 못을 읊다硯池詩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10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或問凡河池。有水從地出。云何此硯池。霑滴始盈溢。呼之以爲池。其意似未必。我答子之言。於理無奈悖。此池非常池。凡目所未察。雖云區區窪。磨出詞放逸。一磨所自出。花柳與風月。千磨及百磨。潤色皇謨密。陶鑄幾詩人。沐浴幾萬筆。大或包天地。深可呑溟渤。硯池復硯池。萬古元不渴。地湧與水滴。其終混歸一。
어떤 이가 묻기를 무릇 강과 못은 물이 땅에서 솟아나는데 어찌하여 이 벼루 못은 물방울을 적셔야 비로소 가득 넘치는가 이것을 못이라 부르는 것은 그 뜻이 꼭 맞지 않은 듯하다 하네 나는 대답하네 그대의 말은 이치에 어그러짐을 어이하랴 이 못은 예사 못이 아니어서 범속한 눈으로는 살피지 못하네 비록 좁디좁은 웅덩이라 하나 갈아내면 거침없는 글이 나오네 한 번 갈아 나오는 것이 꽃과 버들이며 바람과 달이요 천 번 갈고 백 번 갈면 임금의 큰 계책을 촘촘히 다듬어 내네 몇 사람의 시인을 빚어냈으며 몇 만 자루 붓을 목욕시켰던가 크게는 하늘과 땅을 감싸고 깊게는 큰 바다를 삼킬 만하네 벼루 못이여 벼루 못이여 만고에 본디 마르지 않네 땅에서 솟는 것과 물방울로 적시는 것이 끝내는 뒤섞여 하나로 돌아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