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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상인의 대나무 집 기幻上人竹齋記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408자 · 낭독 3.8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1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吾嘗觀人各有嗜。非一揆也。衆人之嗜。特滋味而已。君子之嗜。有異於是。目寓淸賞。有所留意。亦名曰嗜。以是古之賢達有嗜書嗜畫者。有嗜石嗜水嗜竹者。其所謂竹也。往往多爲高人釋子尤所嗜愛者。何哉。蓋相對而觀之也。亦足以虛其心地。圓通無礙。抑又生法師所謂盡是眞如之觀。於是乎存焉。亦於法門。究竟堅固。如竹之四時一色。不移其守。斯可尙已。有幻上人者。性或愛竹。先是。嘗使畫家名手韓某。摹白衣觀音像。其傍所立雙竹。則不令其人畫之。迺就丁學士而安。固乞掃焉。又於丁君。求得墨竹二本。裝成簇子。常寶之。蓋丁公墨竹。妙絶一時故爾。復於松家島普門精舍之側。別立一齋寓焉。皆以竹搆之。因號竹齋。於其宴息偃臥之中。見榱桷棟桴。皆呈竹色。上人以此爲樂。或曰。苟如是。其種而養之。觀玉立蕭洒。天然自態。何有不可。而傳之於墨。已是失眞。復以枯竿死幹。營此區區者耶。曰。夫所謂浮屠者。萍其迹雲其身。遊學無方者也。此竹齋。乃一蘧廬耳。今日在西。明日東北。又何處不辦作一齋耶。畫能隨身。齋因地有。不曰可乎。若種而觀之。安知不有類桑下之戀耶。齋成。固乞予爲記。爲略標之。上人名了幻。字而誰。於沙門可與爲道友者。

내가 일찍이 보니 사람마다 즐기는 것이 있어 한 가지가 아니었다. 뭇사람이 즐기는 것은 다만 맛있는 것뿐이다. 군자가 즐기는 것은 이와 달라, 눈을 맑은 구경에 붙여 마음 두는 바가 있으니 이 또한 즐김이라 이른다. 그러므로 옛 어질고 통달한 이 가운데 글씨를 즐기고 그림을 즐긴 이가 있고, 돌을 즐기고 물을 즐기고 대나무를 즐긴 이가 있었다.

그 이른바 대나무라는 것은 이따금 높은 이와 승려들이 더욱 즐겨 아끼는 바가 되니 어째서인가. 대개 마주 보노라면 또한 그 마음자리를 비울 수 있어 두루 통하여 걸림이 없기 때문이다. 또 생법사(生法師)가 이른바 「다 이것이 참 그대로다」 하던 그 보는 눈이 여기에 있다. 또한 법문에 있어 끝까지 굳세기가, 대나무가 네 철에 한 빛이어서 그 지킴을 옮기지 않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높일 만하다.

환 상인(幻上人)이라는 이가 있어 성품이 자못 대나무를 사랑한다. 이에 앞서 일찍이 그림 잘 그리는 한(韓) 아무개에게 흰옷 입은 관음의 모습을 그리게 하면서, 그 곁에 선 두 그루 대나무만은 그 사람에게 그리게 하지 않고 정 학사 이안(丁而安)에게 나아가 굳이 쳐 달라 하였다. 또 정군에게 먹으로 친 대나무 두 폭을 얻어 족자로 꾸며 늘 보배로 여겼으니, 대개 정공이 먹으로 그린 대가 한 시절에 빼어나게 묘하였기 때문이다.

다시 송가도(松家島) 보문정사(普門精舍) 곁에 따로 집 한 채를 세워 붙여 살면서 모두 대나무로 지었으므로 대나무 집, 곧 죽재(竹齋)라 이름하였다. 그 쉬고 눕는 가운데에도 서까래와 마룻대와 들보가 모두 대 빛을 드러내니, 상인이 이로써 즐거움을 삼는다.

어떤 이가 말하였다. 「정말 그렇다면 심어 기르며 옥처럼 서서 맑고 시원한, 절로 그러한 모습을 보면 어찌 안 될 것이 있겠는가. 먹으로 옮긴 것도 이미 참을 잃은 것인데, 다시 마른 줄기와 죽은 대로 이 자질구레한 것을 꾸미는가.」

말하였다. 「무릇 이른바 중이라는 것은 그 자취를 부평초로 삼고 그 몸을 구름으로 삼아 어디든 가리지 않고 떠돌며 배우는 이다. 이 죽재는 곧 하룻밤 묵는 집일 뿐이다. 오늘은 서쪽에 있고 내일은 동북에 있으리니, 또 어느 곳에선들 집 한 채를 마련하지 못하겠는가. 그림은 몸을 따를 수 있고 집은 땅을 따라 있는 것이니 옳다 하지 않겠는가. 만약 심어 놓고 본다면 한곳에 얽매이는 그리움 같은 것이 없으리라고 어찌 알겠는가.」

집이 다 되자 굳이 나에게 기문을 지어 달라 하기에 대략 이를 적는다. 상인의 이름은 요환(了幻)이요 자는 이수(而誰)이니, 중 가운데 더불어 도를 벗할 만한 이다.

협주 1

桑下之戀 — 중이 한 뽕나무 아래에 사흘을 묵으면 그곳에 애착이 생긴다는 옛말이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