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상인의 토각암 기空空上人兔角庵記
瑜伽大士景照。字空空。其遊刃空門。已可謂法王。而又餘事工於詩。故世或以詩僧稱之。宋朝禪老祖播聞其名。遙贐以斑竹杖一事,烏漆鉢五器,黃赤文木槵子一串。兼以詩寄之。又名所居曰兔角庵。自書其額以寄之。予嘉二師千里相契之意。旣和播師詩。略言大槩。師又以記其庵爲請。再三來扣。然予未知所以名之之意。久有難色。今方以予妄意度之。豈以子之字空空。而以空無兔角對之而名之耶。然則空空兔角。其義雖一。兔角又深於空空。而以空空歸於兔角。是則頑空執空之類。非子之所宗唯心唯識入圓成實者也。予復思之。是意不然。名之景照。而字曰空空。則如楞嚴所謂淨極光通達。寂照含虛空者是已。由是觀之。以兔角空空。麗之於照。是豈頑空哉。必以此而名之也。外此予亦無所言已。
유가(瑜伽)의 큰 어른(大士) 경조(景照)는 자가 공공(空空)이다. 그가 불문에서 막힘 없이 노닒이 이미 법왕이라 할 만하고, 또 남은 일로 시에 솜씨가 뛰어나므로 세상에서 더러 시승(詩僧)이라 일컫는다.
송나라 조정의 선승 조파(祖播)가 그 이름을 듣고, 멀리서 얼룩대 지팡이 한 자루와 검은 옻칠한 바리때 다섯 벌과 누렇고 붉은 무늬 나무로 만든 염주 한 꿰미를 선물로 보내고 아울러 시를 부쳐 왔다. 또 그 사는 곳을 토각암(兔角庵)이라 이름하고 스스로 그 현판을 써서 보냈다.
내가 두 스님이 천 리에서 서로 마음이 맞은 뜻을 아름답게 여겨 이미 조파 스님의 시에 화답하며 그 대강을 대략 말하였다. 스님이 또 그 암자의 기문을 청하여 두세 번 와서 두드렸으나, 나는 그렇게 이름한 뜻을 알지 못하여 오래도록 난색을 지었다.
이제 바야흐로 내 멋대로 헤아려 보니, 어찌 그대의 자가 공공이라 하여 토끼 뿔이 없는 공(空)으로 맞세워 이름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공공과 토각이 그 뜻은 비록 하나이나 토각이 공공보다 더 깊으니, 공공을 토각으로 돌린다면 이는 곧 완고한 공이요 공에 집착하는 무리라, 그대가 으뜸으로 삼는 오직 마음이요 오직 앎이라 하여 원성실(圓成實)에 드는 것이 아니다.
내가 다시 생각하니 이 뜻은 그렇지 않다. 이름을 경조라 하고 자를 공공이라 하였으니, 《능엄경(楞嚴經)》에 이른바 「깨끗함이 지극하면 빛이 두루 통하고 고요히 비추어 허공을 머금는다」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로 보건대 토각과 공공을 비춤에 붙였으니 이것이 어찌 완고한 공이겠는가. 반드시 이로써 이름한 것이다. 이 밖에는 나도 할 말이 없다.
협주 1
遊刃 — 『장자』의 포정(庖丁)이 칼을 뼈 사이로 막힘 없이 놀렸다는 말에서 왔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