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11

백낙천 문집 뒤에 쓰다書白樂天集後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10자 · 낭독 2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1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予嘗以爲殘年老境消日之樂。莫若讀白樂天詩。時或彈加耶琴耳。加耶琴。蓋古秦箏之類。但欠一絃耳。絃不傷指。其聲切切。令衰情易蕩也。白公詩。讀不滯口。其辭平澹和易。意若對面諄諄詳告者。雖不見當時事。想親覩之也。是亦一家體也。古之人或以白公詩。頗涉淺近。有以囁嚅翁目之者。此必詩人相輕之說耳。何必爾也。其若琵琶行長恨歌。當時已盛傳華夷。至於樂工倡妓。以不學此歌行爲恥。若涉近之辭。能至是耶。嗚呼。凡譏議樂天者。皆不知樂天者也。吾不取已。但加耶琴。予於老境好彈耳。不可令人人皆同吾嗜也。彈亦不工。可笑。

내가 일찍이 여기기를, 남은 나이 늘그막에 날을 보내는 즐거움으로는 백낙천(白樂天)의 시를 읽는 것만 한 것이 없고 때로 더러 가야금을 뜯는 것이 있을 뿐이라 하였다. 가야금은 대개 옛 진(秦)나라 쟁(箏)의 무리인데 다만 줄 하나가 모자랄 뿐이다. 줄이 손가락을 상하게 하지 않고 그 소리가 애틋하여 시든 마음을 쉬이 일렁이게 한다.

백공의 시는 읽어도 입에 걸리지 않고, 그 말이 고르고 담박하며 화평하고 쉬워서 뜻이 마치 얼굴을 마주하고 곡진히 자세히 일러 주는 것 같다. 비록 그때의 일을 보지 못하였으나 몸소 본 듯하니 이 또한 저 나름으로 한 체를 이룬 것이다.

옛사람 가운데 더러 백공의 시가 자못 얕고 가깝다 하여 우물쭈물하는 늙은이라고 지목한 이가 있으니, 이는 반드시 시인이 서로 가벼이 여기는 말일 뿐이다. 어찌 꼭 그러하겠는가. 저 〈비파행(琵琶行)〉과 〈장한가(長恨歌)〉 같은 것은 그때 이미 중국과 변방에 널리 전하여 악공과 기생에 이르기까지 이 노래를 배우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만약 얕고 가까운 말이라면 이에 이를 수 있었겠는가.

아, 무릇 낙천을 헐뜯어 말하는 이는 다 낙천을 알지 못하는 이다. 나는 그 말을 취하지 않는다. 다만 가야금은 내가 늘그막에 뜯기를 좋아할 뿐이요 사람마다 다 내 즐김과 같게 할 수는 없다. 뜯는 것도 또한 서투르니 우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