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천 문집 뒤에 쓰다書白樂天集後
予嘗以爲殘年老境消日之樂。莫若讀白樂天詩。時或彈加耶琴耳。加耶琴。蓋古秦箏之類。但欠一絃耳。絃不傷指。其聲切切。令衰情易蕩也。白公詩。讀不滯口。其辭平澹和易。意若對面諄諄詳告者。雖不見當時事。想親覩之也。是亦一家體也。古之人或以白公詩。頗涉淺近。有以囁嚅翁目之者。此必詩人相輕之說耳。何必爾也。其若琵琶行長恨歌。當時已盛傳華夷。至於樂工倡妓。以不學此歌行爲恥。若涉近之辭。能至是耶。嗚呼。凡譏議樂天者。皆不知樂天者也。吾不取已。但加耶琴。予於老境好彈耳。不可令人人皆同吾嗜也。彈亦不工。可笑。
내가 일찍이 여기기를, 남은 나이 늘그막에 날을 보내는 즐거움으로는 백낙천(白樂天)의 시를 읽는 것만 한 것이 없고 때로 더러 가야금을 뜯는 것이 있을 뿐이라 하였다. 가야금은 대개 옛 진(秦)나라 쟁(箏)의 무리인데 다만 줄 하나가 모자랄 뿐이다. 줄이 손가락을 상하게 하지 않고 그 소리가 애틋하여 시든 마음을 쉬이 일렁이게 한다.
백공의 시는 읽어도 입에 걸리지 않고, 그 말이 고르고 담박하며 화평하고 쉬워서 뜻이 마치 얼굴을 마주하고 곡진히 자세히 일러 주는 것 같다. 비록 그때의 일을 보지 못하였으나 몸소 본 듯하니 이 또한 저 나름으로 한 체를 이룬 것이다.
옛사람 가운데 더러 백공의 시가 자못 얕고 가깝다 하여 우물쭈물하는 늙은이라고 지목한 이가 있으니, 이는 반드시 시인이 서로 가벼이 여기는 말일 뿐이다. 어찌 꼭 그러하겠는가. 저 〈비파행(琵琶行)〉과 〈장한가(長恨歌)〉 같은 것은 그때 이미 중국과 변방에 널리 전하여 악공과 기생에 이르기까지 이 노래를 배우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만약 얕고 가까운 말이라면 이에 이를 수 있었겠는가.
아, 무릇 낙천을 헐뜯어 말하는 이는 다 낙천을 알지 못하는 이다. 나는 그 말을 취하지 않는다. 다만 가야금은 내가 늘그막에 뜯기를 좋아할 뿐이요 사람마다 다 내 즐김과 같게 할 수는 없다. 뜯는 것도 또한 서투르니 우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