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11

돌의 물음에 답하다答石問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328자 · 낭독 3.1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1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有石礐然大者。問於予曰。予爲天所生。居地之上。安如覆盂。固若植根。不爲物轉。不爲人移。保其性完其眞。信樂矣。子亦受天所命。得而爲人。人固靈於物者也。曷不自由其身。自適其性。常爲物所使。常爲人所推。物或有誘。則溺焉而不出。物或不來。則慘然而不樂。人肯則伸焉。人排則屈焉。失本眞無特操。莫爾若也。夫靈於物者。亦若是乎。予笑而答之曰。汝之爲物。何自而成。佛書亦云。愚鈍癡頑。精神化爲木石。然則汝旣喪其妙精元明。落此頑然者也。況復和氏之璞見剖也。汝亦從而俱剝。崑岡之玉將焚也。汝亦與之同煎。抑又予若駕龍而升天也。汝必爲之騙石。因得而踐焉。吾將示死而入地也。汝當爲之豐碑。因刻而傷焉。玆詎非爲物所轉。且傷其性而反笑我爲。予則內全實相而外空緣境。爲物所使也。無心於物。爲人所推也。無忤於人。迫而後動。招而後往。行則行止則止。無可無不可也。子不見虛舟乎。予類夫是者也。子何詰哉。石慙而無對。

단단하고 큰 돌이 있어 나에게 물었다.

「나는 하늘이 낸 바가 되어 땅 위에 있으되, 엎어 놓은 사발처럼 편안하고 뿌리를 박은 듯 굳어서 사물에 굴려지지 않고 사람에게 옮겨지지 않으며, 그 성품을 지키고 그 참을 온전히 하니 참으로 즐겁다. 그대 또한 하늘의 명을 받아 얻어서 사람이 되었고 사람은 참으로 사물보다 신령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제 몸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제 성품을 좇아 편안하지 못하여, 늘 사물에게 부림을 당하고 늘 사람에게 밀려 다니는가. 사물이 더러 꾀면 빠져서 나오지 못하고 사물이 더러 오지 않으면 참담하여 즐거워하지 못하며, 사람이 들어주면 펴고 사람이 밀치면 굽으니, 본디의 참을 잃고 홀로 지키는 지조가 없기로는 그대만큼 심한 이가 없다. 무릇 사물보다 신령한 것이 또한 이와 같은가.」

내가 웃으며 답하였다.

「너는 사물이 되어 어디로부터 이루어졌는가. 불서에도 이르기를 「어리석고 둔하고 미련한 것은 정신이 바뀌어 나무와 돌이 된다」 하였다. 그렇다면 너는 이미 그 묘한 정기와 으뜸 밝음을 잃고 이 완고한 데로 떨어진 것이다. 하물며 다시 화씨(和氏)의 옥돌이 쪼개질 때에 너도 따라 함께 벗겨지고, 곤강(崑岡)의 옥이 타려 할 때에 너도 그와 함께 타 버린다. 또 내가 만약 용을 타고 하늘에 오른다면 너는 반드시 그 디딤돌이 되어 밟힐 것이요, 내가 장차 죽음을 보이고 땅에 든다면 너는 마땅히 그 큰 비석이 되어 새김을 당해 상할 것이다. 이것이 어찌 사물에 굴려지는 것이 아니며, 또 제 성품을 상하면서 도리어 나를 비웃는 것인가.

나는 안으로 실상(實相)을 온전히 하고 밖으로 인연의 경계를 비운다. 사물에 부림을 당하되 사물에 마음을 두지 않고, 사람에게 밀리되 사람과 거스르지 않는다. 다가온 뒤에 움직이고 부른 뒤에 가며, 가게 되면 가고 그치게 되면 그쳐서, 꼭 그래야 할 것도 그러지 말아야 할 것도 없다. 그대는 빈 배를 보지 못하였는가. 나는 저와 같은 자다. 그대가 무엇을 따져 묻는가.」

돌이 부끄러워하며 대답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