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상국께 잔치를 사례하여 올리는 글上崔相國謝宴書
右某頓首呈相國左右。某昨蒙寵召。參赴華筵。迨夜方倒載還家。感荷之情。深所銘刻。但不省醉中導何等語也。狂奴舊態復發耶。且自舊京移此已來。凡士大夫家倉卒未暇醞釀。故賢或罕逢。値聖非望。今相國所賜。旣冽且旨。雖十旬九醞。所不敢較也。以未嘗慣飮之口。飮如此之酒。雖欲勿醉。得乎。又若絲竹之聲。非唯此地之未聞也。僕自前年流貶已來。猶不聞一絲一竹孤彈隻弄之音。鬱悒無所陶寫久矣。今忽聞笙歌簫笛之交激。▣▣雖冷淡書生。非木腸石心。能不樂乎。其一絲一竹。品皆奇絶。而所召伶官。皆一時名手。則得不▣於耳而▣於骨耶。況僕之於聲樂。雖未得自工。性本嗜聽。聽之不覺搖肩。可笑哉。相國旣啖以口所未嘗之味。又樂以耳之所嗜之聲。以此侑歡。平生酣暢。想後日莫今日若也。未知何以報之。但朝夕祝壽而已。酒猶未醒。頭重手顫。下筆草草。不任惶懼之至。云云。
위와 같이 아무개는 머리를 조아려 상국 좌우에 올립니다.
아무개가 어제 은혜로운 부르심을 입어 화려한 잔치에 나아갔다가 밤이 되어서야 실려 집에 돌아왔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깊이 새겨졌으나 다만 취한 가운데 무슨 말을 하였는지 살피지 못하겠습니다. 이 미친 놈의 옛 버릇이 다시 도진 것입니까.
또 옛 서울에서 이리로 옮겨 온 뒤로 무릇 사대부의 집이 창졸간이라 술 빚을 겨를이 없었으므로 막걸리조차 더러 만나기 드물었고 맑은 술은 바랄 바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상국께서 내리신 것은 맑고도 맛이 좋아 비록 백 일에 아홉 번 빚은 술이라도 감히 견주지 못할 것입니다. 마시기에 익숙하지 못한 입으로 이 같은 술을 마셨으니 비록 취하지 않으려 한들 되겠습니까.
또 저 관현의 소리 같은 것은 다만 이 땅에서 듣지 못한 것일 뿐이 아닙니다. 저는 지난해에 귀양 간 뒤로 오히려 거문고 한 가락 피리 한 곡조도 듣지 못하여, 답답하고 우울하여 풀어낼 데가 없은 지 오래였습니다. 이제 문득 생황과 노래와 퉁소와 젓대가 어우러져 부딪는 소리를 들으니, ▣▣ 비록 차고 담담한 글하는 선비라도 나무 창자와 돌 마음이 아니거니 즐겁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 거문고와 피리가 품이 다 빼어나고 부르신 악공들이 다 한 시대의 이름난 솜씨였으니, 귀에 ▣하고 뼈에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저는 소리와 풍류에 비록 스스로 익숙하지는 못하나 성품이 본디 듣기를 즐겨 들으면 저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니 우스운 일입니다.
상국께서 이미 입이 일찍이 맛보지 못한 맛으로 먹이시고 또 귀가 즐기는 소리로 즐겁게 하시어 이로써 기쁨을 도우셨으니, 한평생 흠뻑 취하고 시원함이 아마 뒷날에도 오늘만 못할 것입니다.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모르겠고 다만 아침저녁으로 오래 사시기를 빌 뿐입니다.
술이 아직 깨지 않아 머리가 무겁고 손이 떨려 붓을 내림이 거칠고 거치니 두렵고 송구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운운.
협주 2
宗峻
종준(宗峻)이다.
移都年
도읍을 옮긴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