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를 맡으신 분께 답하는 글答松廣社主手書
某啓。今月九日。忽承慈旨。備省法體動用。嘉勝萬順。欣抃倍切。僕於前年。勢有不獲已而冒浼者。然事極塵累。故惶恐不能直達。但微扣于頤老耳。尋蒙法王丈下。以菩薩大布施之意。流暢深恩。俾得辦儒門大事。其爲銘感。至今猶在骨髓中矣。其時緣來人廻緩。奉謝大晚。方俟罪責。不意丈下復枉珍緘。慰訊周至。申之以過情之褒。抗之於雲霄之上。是豈蕞然所敢當哉。僕雖耄鈍。尙逖聽淸風爽韻者久矣。然常以未親炙爲恨。徒齎此志。偶未敢自達。而丈下乃先及以不識僕面爲恨之辭。非分之語。且驚且感。然丈下之言。似爲大過。僕之於丈下。信自然之意也。何者。靑山白雲肥遁卓行者之不識俗士。理固出於自然矣。何恨之有哉。如僕者。年亦老矣。當掛冠早謝。往陪甁錫。不爲不可。而反不如意。則其以不親炙爲恨。理則然矣。但言之晚耳。然大和尙丈下。不以千里爲迂。常以書札曲通情緖。僕每蒙來敎。宛若親覿。粗以此自慰耳。是亦予之幸與法主忝同一世故也。惟冀爲時自愛云。
아무개가 아룁니다. 이달 아흐렛날 문득 자애로운 뜻을 받자와 법체의 움직임이 아름답고 만사 순하심을 갖추어 살피니 기쁨이 곱절이나 간절합니다.
제가 지난해에 형세가 마지못하여 더럽힌 일이 있었으나 일이 몹시 티끌 같은 누가 되므로 두려워 바로 아뢰지 못하고 다만 이 노인에게 가만히 두드렸을 뿐입니다. 이윽고 법왕 큰스님께서 보살의 큰 보시하는 뜻으로 깊은 은혜를 흘려 주시어 유문(儒門)의 큰일을 치를 수 있게 하셨으니, 그 새겨진 고마움이 이제까지 오히려 뼛속에 있습니다. 그때 오는 사람의 돌아감이 더딘 탓에 사례를 올림이 크게 늦어 바야흐로 꾸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뜻밖에 큰스님께서 다시 귀한 글월을 굽혀 보내시어 위로하고 물으심이 두루 지극하시고 거듭 실상에 넘치는 기림으로 구름 위에 들어 올리시니, 이 어찌 보잘것없는 몸이 감히 감당할 바이겠습니까.
제가 비록 늙고 둔하나 오히려 맑은 바람과 시원한 운치를 멀리서 들은 지 오래였습니다. 그러나 늘 가까이 뵙지 못함을 한으로 여겨 한갓 이 뜻만 품고 미처 스스로 아뢰지 못하였는데, 큰스님께서 도리어 먼저 제 얼굴을 알지 못함을 한스러워한다는 말씀을 하시니 분수에 넘치는 말씀이라 놀랍고도 감격스럽습니다.
그러나 큰스님의 말씀은 크게 지나치신 듯합니다. 제가 큰스님을 뵙지 못한 것은 참으로 저절로 그러한 일입니다. 어째서인가 하면, 푸른 산 흰 구름 속에 넉넉히 숨어 높은 행실을 지키는 이가 속된 선비를 알지 못함은 이치가 참으로 저절로 그러함에서 나온 것이니 무슨 한이 있겠습니까. 저 같은 이는 나이도 늙었으니 마땅히 벼슬을 걸어 두고 일찍 물러나 가서 스님 곁을 모시는 것이 옳지 않을 바 아닌데 도리어 뜻과 같지 못하니, 가까이 뵙지 못함을 한으로 여기는 것이 이치로는 그러합니다. 다만 말함이 늦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큰 화상께서 천 리를 멀다 하지 않으시고 늘 글월로 곡진히 정을 통하시니, 제가 매양 보내신 가르침을 받을 때마다 완연히 몸소 뵙는 듯하여 그런대로 이로써 스스로 위로할 뿐입니다. 이 또한 제가 법주와 외람되이 한 세상을 함께한 다행입니다. 오직 때를 위하여 스스로 아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