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12

동방 급제한 노생에게 보내는 짧은 글與同年盧生手簡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38자 · 낭독 1.4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1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某啓。昨直西掖。明日過午漏方退。閱前夕所惠小簡。具悉來意。未及周覽而心已惻然矣。僕亦近以邦廩虛耗。不以時給俸。故屢遭在陳。此非子所不詳知也。想君家鵝雁之聲。有甚於吾家。所以及之也。此梅聖兪所謂大貧丐小貧。安得不相嗤者也。宜乎子之丐我也。吾不可以有無爲解。不爲之緩急也。罄倒橐貯白粲若干餉之。幸勿以些少爲誚。餘留面宣云。

아무개가 아룁니다. 어제 서액(西掖)에 숙직하고 이튿날 한낮이 지나서야 물러났습니다. 지난 저녁에 보내 주신 짧은 글월을 펴 보고 오신 뜻을 다 알았는데, 두루 보기도 전에 마음이 이미 측은하였습니다.

저 또한 요즈음 나라 곳간이 비고 새어 때맞추어 녹을 주지 않으므로 자주 진(陳)나라에서 굶던 일을 겪으니, 이는 그대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바가 아닙니다. 생각건대 그대 집의 거위와 기러기 우는 소리가 저희 집보다 더 심하기에 이렇게 미치신 것이겠지요. 이는 매성유(梅聖兪)가 이른바 「큰 가난이 작은 가난에게 빈다」 한 것이니 어찌 서로 웃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대가 저에게 비는 것이 마땅합니다. 저는 있고 없음으로 핑계 삼아 그대의 급한 사정을 돌보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자루를 다 기울여 흰쌀 얼마를 보내 드리니 부디 하찮다고 나무라지 마소서. 나머지는 만나 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운운.

협주 1

鵝雁之聲 — 굶주린 식구들의 아우성을 거위·기러기 울음에 견준 말로 보는 쪽도 있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