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선사에게 답하는 짧은 글答文大禪師小簡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1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某啓。予前以短簡。遙寄于蓮階。想千里遼遠。至今猶未呈似。今蒙所寄手緘。方諳已達。兼認法體佳勝。欣抃欣抃。噫。予未嘗不悲丈下之失穴離巢。託人僑居。然聞主人覺禪師。乃丈下之上足也。寺亦弟一大伽藍。則其朝夕奉養。必不至匱。是獨一段喜事耳。所諭一皆稟受。伏惟爲法珍重。謹白。
아무개가 아룁니다. 제가 앞서 짧은 글월로 멀리 스님 계신 곳에 부쳤으나, 생각건대 천 리가 아득히 멀어 이제까지 아직 올려지지 못한 줄로 알았습니다. 이제 부쳐 주신 손수 쓰신 글월을 받고서야 바야흐로 이미 이르렀음을 알았고, 아울러 법체가 아름답고 편안하심을 알게 되니 기쁘고 기쁩니다.
아, 제가 일찍이 큰스님께서 굴을 잃고 둥지를 떠나 남에게 의탁하여 붙어 사심을 슬퍼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들으니 주인인 각 선사가 곧 큰스님의 으뜸 제자요 절 또한 첫째가는 큰 절이라 하니, 그 아침저녁 받들어 모심이 반드시 모자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오직 한 가지 기쁜 일일 뿐입니다.
일러 주신 것은 하나같이 다 받자왔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법을 위하여 몸을 보중하소서. 삼가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