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사 화엄 결사의 글水嵓寺華嚴結社文
大孤言。貧道早投華嚴。謬升選佛之場。尋念拘名。不可以如志。遂豁棄名利。飛錫四方。求所以修眞講學之所久矣。且凡號浮屠爲福田者。蓋種群生之福。如種穀於良田耳。髡不揆庸愚。有種福之心。無種福之所。棲棲遑遑。蓬轉萍泛而已。常以是自嘆。因與同志精修善友輩。寄居山庵。每講華嚴。修普賢行。而未幾希風踵來者無慮五十餘人。然未有常棲之所。率皆散居山谷。時或因施主之請。迺聚作冬夏安居而已。予謂同志者曰。如吾兩三人之所棲。雖八尺之房足矣。若與五十餘人同棲講學。則非寬敞寺宇。未宜矣。如何而可哉。適聞樞密相國朴公嘗出守固城時所創水嵓寺者。在州之艮隅。前臨澄溪。後負秀嶺。林藪幽邃。薪水贍足。宜釋子棲眞之地。相國迺以空曠陂澤可以爲田者納于寺。申納私臧獲十殳。納穀若干。期爲子母之法。永永不絶。吾等所集。莫過斯地。宜以此請於相國。然相國非素所謁知。似難於自進。髡於是包羞忍恥。徑造門屛。悉陳其意。公曰。予之創此寺也。志願不淺。然未遇眞人精侶之能主張香火者。今聞子之來扣。若合符契。此豈宿劫同願之致然耶。是日。奏聞於上。蒙制可。然後遂以吾道伴中名惠資者爲社主。是師亦曾於華嚴業門。登選佛場者也。今捨名遊方如此。因共約每歲作冬夏安居。於常時則初夜講經。中夜攝念坐禪。晝講章疏。商酌耽味。用爲常式。因以祝聖壽云云。雖我輩唱還鄕曲已後。欲道輩之衮衮不絶。窮未來際恒轉法輪者。惟諸佛多天鑑之。
대고(大孤)가 말한다.
빈도는 일찍이 화엄에 몸을 던져 외람되이 선불장(選佛場)에 올랐다. 그러나 이름에 매이는 것을 생각하니 뜻대로 할 수 없었다. 마침내 이름과 이익을 훌쩍 버리고 지팡이를 날려 사방을 다니며 참됨을 닦고 배움을 강할 자리를 구한 지 오래되었다.
무릇 중을 복전(福田)이라 부르는 것은, 대개 중생(衆生)의 복을 심는 것이 좋은 밭에 곡식을 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나는 용렬하고 어리석음을 헤아리지 않고 복을 심을 마음은 있었으나 복을 심을 곳이 없었다. 서성거리고 허둥거리며 쑥처럼 구르고 부평초처럼 떠다녔을 뿐이다. 늘 이를 스스로 탄식하였다.
그래서 뜻을 같이하여 착함을 정밀히 닦는 벗들과 더불어 산의 암자에 붙어 살며 늘 화엄을 강하고 보현의 행을 닦았다. 얼마 되지 않아 그 풍문을 사모하여 뒤따라온 이가 무려 오십여 명이었다. 그러나 늘 머물 곳이 없어 대개 다 산골짜기에 흩어져 살다가, 때로 혹 시주의 청을 따라 모여서 겨울과 여름의 안거를 지을 뿐이었다.
내가 뜻을 같이하는 이들에게 말하였다. 「우리 두세 사람이 머물 곳이라면 여덟 자 방으로도 넉넉하다. 그러나 오십여 명과 함께 머물며 강학하려면 넓고 훤한 절집이 아니고서는 마땅치 않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마침 듣건대 추밀상국 박공(朴公)이 일찍이 고성(固城)의 수령으로 나갔을 때 세운 수암사(水嵓寺)라는 절이 있는데, 고을의 동북 모퉁이에 있어 앞으로는 맑은 시내를 굽어보고 뒤로는 빼어난 고개를 지고 있으며, 숲이 그윽하고 깊고 땔나무와 물이 넉넉하여 중이 참됨을 닦고 머물 만한 땅이라 하였다. 상국이 이에 비고 넓어 밭으로 삼을 만한 진펄을 절에 들이고, 거듭 사사로이 부리던 종 열을 들이고 곡식 얼마를 들여 밑천과 길미를 굴리는 법으로 삼아 길이길이 끊이지 않게 하기를 기약하였다.
우리가 모일 곳으로 이 땅보다 나은 데가 없으니 마땅히 이 일을 상국께 청하여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상국은 본디 뵙고 아는 사이가 아니어서 스스로 나아가기가 어려울 듯하였다. 나는 이에 부끄러움을 싸안고 창피를 참으며 곧장 그 문 앞에 나아가 뜻을 다 아뢰었다.
공이 말하였다. 「내가 이 절을 세운 것은 뜻과 원이 얕지 않았다. 그러나 향불을 맡아 이끌 만한 참된 사람과 정밀한 벗을 아직 만나지 못하였다. 이제 그대가 와서 두드린다는 말을 들으니 부절을 맞춘 듯하다. 이것이 어찌 지난 세상의 같은 원이 이룬 바가 아니겠는가.」
이날 임금께 아뢰어 윤허를 받았다. 그런 뒤에 마침내 우리 도반 가운데 혜자(惠資)라 이름하는 이를 결사의 주인으로 삼았다. 이 스승 또한 일찍이 화엄업의 문에서 선불장에 오른 이다. 이제 이름을 버리고 사방을 노니는 것이 이와 같다.
인하여 함께 약속하기를, 해마다 겨울과 여름의 안거를 짓고 여느 때에는 초저녁에 경을 강하고 한밤에 생각을 거두어 좌선하며 낮에는 주석을 강하여 헤아리고 맛들이는 것으로 늘 지킬 법식을 삼기로 하였다. 인하여 임금의 수를 빌었다. 운운.
우리 무리가 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도를 닦는 무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오는 세상이 다하도록 늘 법의 수레바퀴를 굴리게 하시기를 바라니, 오직 여러 부처와 뭇 하늘이 이를 살피실 것이다.
협주 3
文備
글이 갖추어져 있다.
志願多。今不具書。
뜻과 원이 많으나 이제 다 적지 않는다.
唱還鄕曲 — 「고향으로 돌아가는 노래를 부른다」는 중이 세상을 떠남을 이르는 말이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