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징비록 › 권4 근폭집

군량 마련할 방도를 조목조목 벌여 아뢰는 계條列措置粮餉。啓

징비록 懲毖錄 · 류성룡(柳成龍) · 1633년 간행 (임진왜란 뒤 지음) · 단락 6 · 한자 666자 · 낭독 5.4분

징비록 권4 근폭집 임진왜란이 끝난 뒤 영의정 류성룡이 제 눈으로 본 것을 적어 남긴 기록.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근심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변명 없이 적었다. 이순신을 천거한 일, 명나라 군사와의 실랑이, 백성이 겪은 참상이 그대로 실렸다.

粮餉竭乏最爲今日切迫之患此若不爲措置則他無可爲之䇿今內則經費浩多而太倉所儲不足以支數月之用外則官儲罄盡私蓄亦無許多。天兵支供我國諸軍調度之事皆無辦出之地盡有潰散之憂其爲憫迫莫此爲甚然其措置粮糓不過數條一曰作米二曰收稅三曰募粟四曰貿粟此四條若料理得宜著實行之則庶有繼粟之路謹以應行事宜條列于後

군량이 다하여 모자라는 것이 오늘 가장 절박한 걱정입니다. 이것을 마련하지 못하면 달리 할 만한 계책이 없습니다. 이제 안으로는 씀씀이가 매우 많은데 태창(太倉)에 쌓인 것이 두어 달 쓰기에도 모자라고, 밖으로는 관가에 쌓인 것이 다 비었으며 사사로이 쌓아 둔 것도 많지 않습니다. 명나라 군사를 대어 주는 것과 우리나라 여러 군사에게 돌려 쓸 것을 다 마련해 낼 곳이 없어 모두 무너져 흩어질 걱정이 있으니, 딱하고 급하기가 이보다 심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군량을 마련하는 길은 두어 조목에 지나지 않습니다. 첫째는 쌀로 거두는 것이요, 둘째는 세를 거두는 것이요, 셋째는 곡식을 모으는 것이요, 넷째는 곡식을 사들이는 것입니다. 이 네 조목을 마땅하게 헤아려 실답게 행한다면 곡식을 이어 댈 길이 있을 것입니다. 삼가 마땅히 행할 일을 뒤에 조목조목 벌여 적습니다.

一京城上番軍士騎步兵戶奉足定別甲戶奉足通融均鋪皆令納米每一人納大小米中五斗各司奴婢諸員匠人樂生樂工奉足皆納米五斗則其數將至於十餘萬石矣但忠淸京畿黃海江原道軍士則時方上番于京師若遽罷上番而令納米其官則中間處置未及之前無守衛之軍今年則姑爲先試於全羅道從其見在軍數輕便捧納各置于其官或以漕船輸運於京師或補南方軍粮事爲事目施行

하나. 서울에 번을 서러 오는 군사와 기병·보병의 호(戶)와 봉족(奉足), 별갑호(別甲戶)와 봉족을 통틀어 고르게 펴서 다 쌀을 바치게 하되 한 사람마다 쌀과 좁쌀 가운데 다섯 말을 바치게 하고, 각 관사의 노비와 여러 원(員), 장인, 악생과 악공의 봉족도 다 쌀 다섯 말을 바치게 하면 그 수가 장차 십여만 섬에 이를 것입니다. 다만 충청·경기·황해·강원도 군사는 지금 서울에 번을 서고 있으니, 갑자기 번을 파하고 그 고을에 쌀을 바치게 하면 중간에 조치가 미치기 전에 지킬 군사가 없게 됩니다. 올해는 우선 전라도에서 먼저 시험하여, 현재 있는 군사 수에 따라 가볍고 편하게 거두어 각각 그 고을에 두었다가 혹은 조운선으로 서울에 실어 나르고 혹은 남방 군량에 보태는 일을 사목(事目)으로 삼아 시행할 것.

一京中常時所用各處散料一月二千七百餘石別例經費不在此數戶曹先計一年十二月用度若一月該用三千石則一年共三萬六千石此外如。天兵往來支給之數亦必有一二萬石然後可以擬用今年田稅元數總會計除經費及別例上下之數其餘盡數別儲專擬軍餉勿得他用以待軍興然如慶尙道則常時納稅每於明年四月納于可興倉今年則旣不爲上納當於秋冬穀賤之時卽爲捧納于各其官以爲軍餉事

하나. 서울에서 늘 쓰는 곳곳의 산료(散料)가 한 달에 이천칠백여 섬이요, 별례(別例) 씀씀이는 이 수에 들지 않습니다. 호조가 먼저 한 해 열두 달 쓸 것을 헤아려, 한 달에 삼천 섬을 쓴다면 한 해에 모두 삼만육천 섬이요, 이 밖에 명나라 군사가 오갈 때 대어 줄 수도 반드시 일이만 섬은 있어야 쓸 것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올해 전세(田稅) 원수를 통틀어 회계하여 씀씀이와 별례로 오르내리는 수를 덜고, 그 나머지는 남김없이 따로 쌓아 오로지 군량으로 잡아 두어 다른 데 쓰지 말고 군사를 일으킬 때를 기다릴 것. 그러나 경상도 같은 곳은 늘 세를 바칠 때 이듬해 사월에 가흥창(可興倉)에 바쳤는데, 올해는 이미 올려 바치지 않으니 마땅히 가을과 겨울 곡식이 흔할 때 곧 각 그 고을에 거두어 군량으로 삼을 것.

협주 1

散料 — 곳곳에 흩어 주는 요미(料米), 곧 급료로 주는 쌀이다. ― 옮긴이

一募粟事民間不無願納之人特以定數太多中人之產不能辦納又恐國家失信皆深藏不出以其如此而抑勒括出則民怨騰起所得不多近日募粟之弊徒爲病民而無益於事者職此故也令戶曹更爲勘定石數使之輕便易納又隨其所納多少登時行賞無使如前失信於民使民樂從事

하나. 곡식을 모으는 일은 민간에 바치기를 원하는 사람이 없지 않으나, 다만 정한 수가 너무 많아 중간치 살림으로는 마련해 바치지 못하고, 또 나라가 믿음을 잃을까 두려워 다 깊이 감추고 내놓지 않습니다. 이러한데도 억지로 눌러 긁어내면 백성의 원망이 들끓고 얻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요사이 곡식 모으는 폐단이 한갓 백성을 병들게 할 뿐 일에 보탬이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호조로 하여금 다시 섬 수를 헤아려 정하여 가볍고 편하게 바치기 쉽도록 하고, 또 바친 바 많고 적음에 따라 제때에 상을 주어 전처럼 백성에게 믿음을 잃지 말아 백성이 즐겨 좇게 할 것.

一貿粟所得終是不優不足以補一隅之用似爲無益然義州中江方爲開市遼東之糓頗有轉輸之路量發銀兩乘秋來糓賤時多數貿得積置州倉事

하나. 곡식을 사들이는 것은 얻는 바가 끝내 넉넉하지 못하여 한 구석의 쓰임도 채우기 모자라니 보람이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의주 중강(中江)에 바야흐로 저자를 여니 요동 곡식을 실어 올 길이 자못 있습니다. 은을 헤아려 내어 가을이 되어 곡식이 흔할 때를 타서 많이 사들여 고을 창고에 쌓아 둘 것.

已上諸條令兵曹及戶曹詳定節目急速擧行使有實效何加

위의 여러 조목을 병조와 호조로 하여금 절목을 자세히 정하여 급히 거행해 실다운 보람이 있게 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협주 1

저본은 何加이나 何如의 잘못으로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