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징비록 › 권4 근폭집

전라도 바닷가 고을을 처치하기를 아뢰는 계處置全羅道沿海郡邑。啓

징비록 懲毖錄 · 류성룡(柳成龍) · 1633년 간행 (임진왜란 뒤 지음) · 단락 1 · 한자 474자 · 낭독 4분

징비록 권4 근폭집 임진왜란이 끝난 뒤 영의정 류성룡이 제 눈으로 본 것을 적어 남긴 기록.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근심을 삼간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정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변명 없이 적었다. 이순신을 천거한 일, 명나라 군사와의 실랑이, 백성이 겪은 참상이 그대로 실렸다.

昨日登對時臣伏承。傳教全羅道海邊郡邑守令棄其官守皆在舟師久而未還以此官家百事虛疎至於村民欲訴疾苦而無可訴之處耕種而無勸課之人還上出納皆失其時種種弊端不可勝言若慮其此弊而使守令還官他人代領軍卒赴陣則亦不如守令親往之時軍中之事反致虛疎二者均爲難處之弊不可不隨時變通以救幣端臣等今以下教之意反覆商議則衆議以爲往時兩湖各官之疲弊者多由於差定假官今若自京差送則雖云極擇而未必皆得其人赴任治官之際儼然一守令模機而其人等不能庇其妻子則必眷率下去坐食官家亦非今日殘弊官力所能支吾不如令本道監司於其邑士子或前䘖朝官中擇其識事理廉謹不爲非義者從公論差定縣則稱爲留縣官郡則稱爲留郡官府則稱爲留府官限事定間使之姑代守令之任凡邑中民人呈訴還上分給催納等事皆令句管而其所食粮料則母得擅用官家之儲只依常時鄕校訓導之例月朔給料會計報監司申勅戶曹施行其中如有善於其職使民心喜悅糶糴以時勸課耕耘者則此乃可用於守令之人監司。御史各別覈實。啓聞以通仕路如有泛濫作弊不治民瘼糶糴失宜撞用官糓者各以輕重治罪事各別下書于本道監司急速擧行而差定之人爲先列名。啓聞母得循情容護以增官民之弊事幷爲知委施行何如

어제 임금을 뵈올 때 신이 삼가 전교를 받자왔습니다. 전라도 바닷가 고을 수령이 맡은 고을을 버리고 다 수군에 가 있으면서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니, 이 때문에 관가의 온갖 일이 허술하고, 마을 백성이 괴로움을 하소연하려 하여도 하소연할 곳이 없으며, 밭 갈고 씨 뿌려도 권하고 살필 사람이 없고, 환곡(還穀)을 내고 거두는 것이 다 때를 잃어 갖가지 폐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셨습니다.

만일 이 폐단을 염려하여 수령을 고을로 돌려보내고 다른 사람이 대신 군졸을 거느려 진에 나가게 한다면, 수령이 몸소 갔을 때만 못하여 군중의 일이 도리어 허술해질 것입니다. 두 가지가 다 처리하기 어려운 폐단이니, 때를 따라 변통하여 폐단을 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들이 이제 하교하신 뜻으로 거듭 상의하니 여러 의논이 이러합니다. 지난날 양호(兩湖)의 여러 고을이 피폐한 것은 흔히 임시 관원을 차정한 데서 말미암았습니다. 이제 만일 서울에서 차송한다면 비록 지극히 가려 뽑는다 하여도 반드시 다 그 사람을 얻지는 못할 것입니다. 부임하여 고을을 다스릴 때에는 엄연히 한 수령의 모양이나, 그 사람들이 제 처자를 건사하지 못하면 반드시 식솔을 거느리고 내려가 관가에서 앉아 먹을 것이니, 이 또한 오늘 쇠잔한 고을 힘으로 버틸 수 있는 바가 아닙니다. 그 도 감사로 하여금 그 고을 선비나 전에 벼슬하던 조관(前銜朝官) 가운데 사리를 알고 청렴하고 삼가며 의롭지 못한 일을 하지 않는 자를 공론을 좇아 차정하게 하는 것만 못합니다.

현이면 유현관(留縣官), 군이면 유군관(留郡官), 부면 유부관(留府官)이라 일컫고, 일이 정해질 때까지 우선 수령의 소임을 대신하게 하여, 무릇 고을 안 백성의 소장과 환곡을 나누어 주고 독촉해 거두는 일을 다 맡아보게 하소서. 다만 그 먹을 요미(料米)는 관가에 쌓인 것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하고, 평시 향교 훈도의 예에 따라 달마다 요미를 주고 회계하여 감사에게 보고하게 하며, 호조를 신칙하여 시행하소서.

그 가운데 제 직분을 잘하여 민심을 기쁘게 하고 곡식을 내고 거두기를 때맞게 하며 밭 갈고 김매기를 권하고 살피는 자가 있으면, 이는 곧 수령으로 쓸 만한 사람이니 감사와 어사가 각별히 실상을 조사하여 아뢰어 벼슬길을 열어 주소서. 만일 함부로 폐단을 지어 백성의 아픔을 다스리지 않고 곡식 내고 거두기를 마땅함에 잃으며 관곡을 함부로 쓰는 자가 있으면 각각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죄를 다스릴 것을, 각별히 그 도 감사에게 글을 내려 급히 거행하게 하시고, 차정한 사람은 먼저 이름을 벌여 아뢰게 하며 사정을 좇아 감싸 주어 고을과 백성의 폐단을 더하지 말게 하는 일을 아울러 알려 시행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협주 1

저본은 模機·母·幣端이나 각각 模樣·毋·弊端의 잘못으로 봄.